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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먼저 간 아웅산 수치, '형제' 외쳤지만 선물은 안풀었다

바람아님 2016. 8. 21. 00:18
연합뉴스 2016.08.20. 10:58

중국 최대 현안 수력발전소 건설 재개 확답 미뤄

민주화운동 시절 자신을 지지해준 미국에 앞서 2천㎞가 넘는 국경을 맞댄 중국을 전략적으로 먼저 방문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가 정작 중국이 바라는 선물 보따리는 풀지 않았다.

20일 미얀마 언론에 따르면 수치 국가자문역 겸 외무장관은 방중 사흘째인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했지만 중국측의 최대 현안인 미트소네 수력발전소 건설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당장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자문역겸 외무장관[AF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악수하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자문역겸 외무장관[AFP=연합뉴스]

대신 그는 최근 미얀마 정부가 수력발전소 건설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특별위원회에 공을 넘겼다.

수치는 시 주석과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최상의 해법을 찾는 것은 위원회의 몫이다. 현 상황에서 무엇이 최고의 해법인지 말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남부지역은 물론 전력수요가 큰 동부 해안지대까지 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끌어다 쓴다는 구상을 해온 중국은 지난 2011년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이 공사 중단을 선언한 이후 프로젝트 재개를 위해 지속적으로 미얀마 정부를 압박해왔다.

또 지난 4월 수치가 주도하는 문민정부 출범 이후에는 가장 먼저 외교 책임자를 보내 공을 들였고, 이번에도 공식 국가 정상도 아닌 수치를 초청해 국빈급 예우를 했다.


수치도 이런 중국 측의 호의에 '형제애'를 외치며 화답했다.

미얀마 관영 일간 '더 글로벌 뉴 라이트 오브 미얀마'에 따르면 수치는 시 주석과 회담에서 "미얀마는 양국 관계를 깊은 형제애로 평가한다"면서 양국간 협력 증진을 강조했다. 또 수치는 시 주석의 미얀마 국빈 방문도 요청했다.

그러나 정작 수치는 댐 건설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과 과거 야당 지도자 시절 자신이 반대했던 프로젝트를 스스로 용인하는 데 따른 비판을 피하고자 중국이 원하는 대답을 미룬 셈이다.


중국을 방문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자문역 겸 외무장관을 위해 중국측이 마련한 환영행사[AP=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을 방문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자문역 겸 외무장관을 위해 중국측이 마련한 환영행사[AP=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따라 수치가 최우선 과제로 강조해온 소수민족 분쟁 해결 문제도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애초 수치는 중국과 국경지대인 샨주와 카친주 등에서 활동하는 무장세력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해온 중국의 협조를 받아 오는 31일 열리는 평화회담(21세기 팡롱)에서 전국적인 평화협정을 끌어내려 했다.


수치는 시 주석과의 회담 직전에도 "나의 가장 큰 목표는 미얀마에 평화와 연대를 이루는 것"이라며 "중국이 좋은 이웃으로서 미얀마의 평화 진전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소수민족 반군단체를 대미얀마 외교의 지렛대로 활용해온 중국 지도부도 이런 수치의 요청에 표면적으로 동의하고 지원 의사를 밝혔지만, 수력발전소 건설 재개 확답을 내놓지 않은 수치의 평화정착 노력에 실질적인 지원을 해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