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박정훈 칼럼] 윤 대통령의 ‘정체성’이 의심받는 순간

바람아님 2024. 5. 18. 00:22

조선일보  2024. 5. 17. 23:59

윤 정권을 탄생시킨 본연의 가치를 지켜내지 못하고
정체성이 흔들린다면 어떤 협치도 소용없을 것…
지지층마저 실망해 등 돌릴지 모른다

쏟아지는 용산발(發) 뉴스 중에서도 지난주 ‘비선(秘線) 메신저’ 보도는 충격적이었다. 어떤 공직도 없는 두 정치학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리인을 맡아 물밑 교섭을 벌였다고 한다. 공식 라인을 제치고 비선이 가동됐다는 뜻인데, 자칭 메신저 두 사람이 인터뷰를 자청해 활약상을 떠벌리는 코미디까지 펼쳐졌다. 한국 정치사에서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모양새도 그랬지만 내용은 더 충격적이었다. 메신저들은 윤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과 참모들이 반대해 그간 이 대표를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피의자와 마주 앉을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신념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대표에게 불편한 인사는 비서실장 인선에서 빼겠다”는 발언도 있었다고 했다. 이 대표의 대권 행보를 돕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윤 대통령이 “골프 회동, 부부 동반 모임도 하자”고 말했다는 대목은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사실이라면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굽히고 들어가는 그림으로 비칠 수밖에 없었다.

기이한 것은 용산의 반응이었다. 대통령실이 보도를 부인하긴 했지만 강도는 뜨뜻미지근했다. “물밑 라인은 없었다”는 포괄적 부정뿐 문제의 발언들에 대해선 가타부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비선 교섭이 사실이 아니라면 자칭 메신저들은 대통령을 팔아 가짜 뉴스를 퍼트린 악성 범죄자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고발도, 정정 보도 신청도 하지 않았다. 

메신저들이 전한 물밑 장면은 우리가 알던 그 대통령과 달랐다....지난달 윤 대통령이 박영선 전 중소벤처부 장관을 총리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비서실장에 검토 중이란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실 공식 라인에선 즉각 부인했지만 몇몇 참모들은 “맞는 보도”라고 했다......아무리 야당 협조가 간절해도 이런 인물까지 끌어들인다면 보수의 자존심이 뭐가 되느냐는 반응들이 쏟아졌다.....윤 정권을 탄생시킨 정체성의 기본이 의심받는 순간, 충성 지지층마저 실망해 등을 돌릴지 모른다.


https://v.daum.net/v/20240517235928917
[박정훈 칼럼] 윤 대통령의 ‘정체성’이 의심받는 순간

 

[박정훈 칼럼] 윤 대통령의 ‘정체성’이 의심받는 순간

쏟아지는 용산발(發) 뉴스 중에서도 지난주 ‘비선(秘線) 메신저’ 보도는 충격적이었다. 어떤 공직도 없는 두 정치학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리인을 맡아 물밑 교섭을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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