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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축된 투자의욕 못 살리면 내년 경제회생 가망 없다

바람아님 2014. 12. 22. 10:54

[출처 ; 중앙일보 2014-12-22일자]

경기침체가 장기간 계속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기업들의 국내 투자의욕이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228개사를 대상으로 내년 경영방향을 조사한 결과 대기업은 ‘긴축’을, 중소기업은 ‘현상유지’를 핵심적인 경영기조로 삼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내년에 투자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는 기업이 절반(50.9%)에 달했고, 올해보다 줄이겠다는 기업도 4분의 1(25.5%)이나 됐다. 대부분의 기업이 내년도 경영환경이 개선되기 어렵다고 보고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내년에 하겠다는 투자도 국내보다는 해외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 305곳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기업이 국내보다 해외가 투자환경이 낫다고 답했다. 내년에 투자를 하더라도 국내보다는 해외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내년에 전반적인 투자 규모가 줄어들고, 줄어든 투자마저 해외로 나간다면 결국 국내투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셈이다. 기업들의 국내투자가 늘어나도 시원찮을 판에 내년에 더 줄어든다면 내수경기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미 투자와 소비로 대변되는 내수의 동반부진은 올해 내내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아왔다. 장기간의 경기침체와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빚 때문에 부진했던 가계 소비가 내년에 당장 증가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작다. 그렇다면 기업투자야말로 내수를 견인할 유일한 동력인데 이마저 올해보다 줄어든다면 내년에도 경기회복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이는 거꾸로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든 기업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다.

 우선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부추길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업의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의 장벽을 최대한 걷어내고, 필요하다면 수도권 규제와 같은 ‘규제의 성역’도 허물 각오를 해야 한다. 그래서 해외로 떠나려는 기업의 투자를 붙잡고, 나아가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를 끌어들여야 된다. 기업의 투자의욕 회복 여부가 내년 한국경제 회생의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