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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경제 징글벨… 한국경제엔 산타 언제 올까

바람아님 2014. 12. 25. 10:50

[출처; 동아일보 2014-12-25 일자]

한국은 디플레 걱정… 소비자 심리지수 15개월새 최저
정부 부양책에도 회복기미 없어… 韓銀 “2015년 통화완화 기조 유지”
미국은 부활의 노래… 수입에만 의존하던 산업구조 탈피
자국 제조업 육성해 활기 찾아… 전문가들 “뼈 깎는 구조조정 성과”



썰렁한 명동 상가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가게마다 ‘반값 세일’ 피켓을 들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한산하다. 매년 이맘때면 연말 분위기로 북적였지만 올해는 경기가 얼어붙어 연말 특수를 찾아보기 어렵다(위쪽 사진). 환호하는 뉴욕증시 반면 미국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호조를 보이는 등 호황을 맞고 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23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18,000 선을 넘어 ‘산타랠리’를 이어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뉴욕=AP 뉴시스
미국 경제가 요즘 보기 드문 호황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유럽이나 일본, 신흥국 등 다른 지역은 아직 오랜 침체 또는 성장 둔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가계의 소비여력이 날이 갈수록 위축되고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한국은 미국과 정반대의 경기흐름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부활이 뼈를 깎는 구조개혁의 성과라는 점에서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조언한다.


○ 미국과 대조적인 한국 경제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반적인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2월에 102로 전달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인 5월(105)보다 낮은 것으로 지난해 9월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의 재정확대와 두 차례 금리인하 등 적극적인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가계의 소비심리가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가지표는 이제 디플레이션 시대의 개막을 서서히 준비해야 할 정도로 저공비행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향후 1년 물가상승률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12월 2.6%로 2002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람들이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아질 것이라 생각하면 소비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진다는 불안심리만으로도 가계는 돈을 덜 쓰고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201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에서 “국내 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한 가운데 물가상승률도 상당기간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저물가에 대응한 통화 정책의 완화 기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 “피나는 구조개혁의 성과물”



예전에 미국 경제의 부흥은 한국 경제의 최대 호재였다. 미국이 수입을 늘리면서 한국의 대미 완제품 수출과 대중(對中) 중간재 수출이 한꺼번에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글로벌 경제의 분업 구조는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와해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기호황이 수입 증가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한국 등 신흥국에 대한 낙수(落水) 효과도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과거 값싼 제품을 신흥국에서 수입해 쓰면서 국내수요를 충당했지만 이는 제조업 공동화에 따른 실업 증가, 금융업 팽창에 따른 금융위기 등 부작용으로 이어졌다”며 “이제는 자국내 산업을 직접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피나는 구조조정을 통해 내수 주도의 경제회복에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1000조 원이 넘는 가계 빚에 짓눌려 소비여력이 크게 떨어져 있는 한국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은 금융권의 부실 정리와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 가계부채 감소 등의 노력이 2010년부터 서서히 효과를 내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저유가와 맞물려 완전한 경기 선순환 고리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유재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