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11.14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소나무 솔방울 바람에 떨어져 | 雜詩 松子隨長風(송자수장풍) |
19세기 전기의 감산자(甘山子) 이황중(李黃中·1803~?)이 지었다.
그는 평생을 기인으로 살았다.
어느 날 솔방울 하나가 바람에 날려 집 모퉁이에 떨어졌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더니 싹이 트고 가지와 잎이 자랐다.
또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내버려두었더니 날이 다르게 자라나 마당을 넓게 차지했다.
비좁은 마당을 소나무가 차지하겠다 싶어 도끼를 들고 찍 어 없애려 했다.
그런데 도저히 내려치지 못하고 포기하고 말았다.
결국 살던 집을 소나무에 내주고 이사를 했다.
이사하는 뒤에 대고 "저 미친놈 봐라!"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를 뽑으려다 살던 집을 뽑아버리다니 바보 천치요 미친놈이다.
우연한 생을 얻어 자라는 나무도 차마 죽이지 못하고 자기가 떠나는 길을 택했다.
생명에 대한 연민의 슬픈 우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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