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1-20
죽음에 대해 꽤나 자주 생각하는 편이다. 아니, 생각한다기보다는 두려워한다고 표현하는 편이 더 적확할 것 같다. 죽음 뒤에는 어떤 세계가 펼쳐질 것인가. 몇몇 친구와 가족들은 내 죽음을 슬퍼하겠지만, 그런 그들의 슬픔조차 인식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니, 상상만으로도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분이 든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다.
데이비드 보위가 죽음을 맞이했다. 향년 69세. 대중음악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신가이자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그가 별이 되어 떠났다. 그는 유작(遺作)으로 25번째 정규 앨범 'Blackstar'를 남겼다. 음반에는 죽음을 상징하는 기호들이 가득하다. 재즈·아방가르드·팝·록·일렉트로니카 등의 장르가 혼재해 있는 타이틀곡 'Blackstar'는 어둡고, 침잠한 정서를 전달한다. 무정부주의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혼돈의 사운드다. 'Lazarus'(성경에서 병으로 죽었다가 예수에 의해 되살아난 나사로를 뜻한다)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서 보위는 눈을 가린 채 침대에 누워 몸부림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죽음을 예감하고 연출한 비디오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이 음반의 진실은 마지막에 위치한 'I Can't Give Everything Away'에 있다고 믿는다. "내가 모든 것을 줄 수는 없어"라고 노래하면서도 자신이 1977년에 발표했던 곡의 하모니카 연주를 집어넣어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 이 곡은 아련하면서도 묘한 활력으로 넘치는 순간을 길어낸다. 당당한 자세로 다가오는 죽음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이 느껴지는 곡이다.
이렇듯 의연한 태도로 죽음을 맞을 수 있을까. 보위와는 달리 뭐 하나 제대로 성취해본 적 없는 나에게 죽음은 여전히 두려움의 대상이다. "삶을 깊이 이해할수록 죽음으로 인한 슬픔은 줄어든다." 톨스토이가 남긴 죽음에 대한 격언이다. 이 슬픔은 대체 언제쯤 줄어들기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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