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입력 2016.01.30
퇴행은 대표적인 방어기제이다. 현실의 좌절감이나 스트레스가 클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지나온 발달 단계로 되돌아가는 현상이다. 동생을 본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잃은 상실감 때문에 다시 오줌을 싸거나 손가락을 빠는 행위를 한다. 성인들도 삶에서 만나는 불안·우울증·죄책감·수치심 등을 감당할 수 없을 때 정서적 퇴행을 경험한다. 1997년 경제위기 시절에는 인터넷을 통해 초등학교 친구를 찾는 일이 유행했다. 어려움 없던 시절로 돌아가 고난의 현실을 잠시 피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것이다. 명백히 집단퇴행처럼 보였던 친구 찾기 열풍은 경제가 안정되자 자연스럽게 사위었다.
퇴행은 발달 단계에서 정상적인 반응이다. 성장을 위한 다음 단계의 도전을 감당하기 위해서도 잠시 이전 단계로 후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곳에서 미해결된 문제를 해결하고, 정서적 통합을 이룰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위치백 구간을 지나는 기차처럼 전진과 퇴보를 반복하면서 성장한다. 지난 시절을 소환하는 음악, 드라마가 요즈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복고 문화의 유행은 우리가 그 속에서 편안함과 치유를 경험하면서 다음 단계의 발달을 준비 중이라는 뜻이다.
김형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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