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정도의 연약한 날개를 지닌 제왕나비는 캐나다-미국 국경과 월동지인 멕시코 간 왕복 6500㎞에 이르는 대장정을 2∼3세대에 걸쳐 매년 감행한다. 북대서양을 누비는 붉은바다거북은 15년 동안 바다에서 자라 성년이 되면 자기장과 냄새에 의존해 자신이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와 산란하는데 이 과정에서 총 1만5000㎞를 이동한다.
바다 속 대이동은 참다랑어와 백상아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몸길이가 2.5m에 이르는 북태평양의 모든 참다랑어는 일본 연해에서 부화하는데, 이들이 북중미 연안으로 이동해 서식하다 번식지로 돌아오면 왕복거리는 1만6000㎞에 이른다. 백상아리는 아프리카 남단과 호주 서해안 간 편도 1만1100㎞의 인도양 구간을 누비며 이동한다.
대이동에 있어 경이적인 기록은 2종의 조류에서 찾을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종은 북극제비갈매기다. 이들은 1년 내내 여름을 쫓아 번식지인 북극과 다른 생활권인 남극을 오가는데 평균 왕복거리가 무려 7만8000㎞에 이른다. 그러나 높이 나는데 있어서는 인도기러기가 독보적이다. 대부분 이동성 조류가 1000m 이하 비행고도를 유지하나 인도기러기는 산소가 희박한 해발고도 9000m를 넘는 고공비행을 감내한다. 이들의 항로는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편도 4750㎞의 험로이다.
그러나 동물의 이동을 규정짓는 결정적 요소는 거리의 장단이나 험난한 정도가 아니라 목적에 있다. 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도의 집중력과 불굴의 의지에 의해 성취되는 ‘혈연의 영속성’ 확보이다. 설 명절 우리가 실천하는 대이동은 여기에 ‘가족애의 되새김’이라는 가치를 더하면 될 듯하다. 푸짐한 떡국 한상 가득 전해오는 가족의 사랑으로 마음 따뜻해지면 퍽퍽한 올 한해도 어찌 버텨보지 않겠나 싶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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