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自然과 動.植物

[사이언스 토크] 대이동

바람아님 2016. 2. 6. 00:36
국민일보 2016.02.05. 16:36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 설이다. 귀향의 반복적 어려움은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효율적인 이동 수단과 방법을 고민케 한다. 이렇듯 특정 시기에 일거에 행해지는 대이동은 치밀한 사전계획과 단호한 결의를 요구한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설맞이 이동과 동물의 대이동은 그 성격에 있어 대동소이하다.

10㎝정도의 연약한 날개를 지닌 제왕나비는 캐나다-미국 국경과 월동지인 멕시코 간 왕복 6500㎞에 이르는 대장정을 2∼3세대에 걸쳐 매년 감행한다. 북대서양을 누비는 붉은바다거북은 15년 동안 바다에서 자라 성년이 되면 자기장과 냄새에 의존해 자신이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와 산란하는데 이 과정에서 총 1만5000㎞를 이동한다.


인도기러기. 위키미디어 커먼스
인도기러기. 위키미디어 커먼스

바다 속 대이동은 참다랑어와 백상아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몸길이가 2.5m에 이르는 북태평양의 모든 참다랑어는 일본 연해에서 부화하는데, 이들이 북중미 연안으로 이동해 서식하다 번식지로 돌아오면 왕복거리는 1만6000㎞에 이른다. 백상아리는 아프리카 남단과 호주 서해안 간 편도 1만1100㎞의 인도양 구간을 누비며 이동한다.


대이동에 있어 경이적인 기록은 2종의 조류에서 찾을 수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종은 북극제비갈매기다. 이들은 1년 내내 여름을 쫓아 번식지인 북극과 다른 생활권인 남극을 오가는데 평균 왕복거리가 무려 7만8000㎞에 이른다. 그러나 높이 나는데 있어서는 인도기러기가 독보적이다. 대부분 이동성 조류가 1000m 이하 비행고도를 유지하나 인도기러기는 산소가 희박한 해발고도 9000m를 넘는 고공비행을 감내한다. 이들의 항로는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편도 4750㎞의 험로이다.


그러나 동물의 이동을 규정짓는 결정적 요소는 거리의 장단이나 험난한 정도가 아니라 목적에 있다. 이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고도의 집중력과 불굴의 의지에 의해 성취되는 ‘혈연의 영속성’ 확보이다. 설 명절 우리가 실천하는 대이동은 여기에 ‘가족애의 되새김’이라는 가치를 더하면 될 듯하다. 푸짐한 떡국 한상 가득 전해오는 가족의 사랑으로 마음 따뜻해지면 퍽퍽한 올 한해도 어찌 버텨보지 않겠나 싶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