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RI 서평]
KERI 연구진이 추천하는 경제/경영 도서에 대한 전문가 서평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저자 마이클 샌델/ 2012.04.24/ 와이즈베리/ 16,000/ 336쪽
828-ㅊ994ㅅ/ [정독]어문학족보실(2동1층)/ [강서]2층종합실
서평 : 최남석
마이클 샌델 교수의 밀리언셀러 “Justice (정의란 무엇인가)”는 공정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책 “What Money Can’t Buy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에서 저자는 공정하지 않을 경우뿐만
아니라 가치가 부패하고 변질될 경우에 불평등이 나타나는데 그 근본적 원인은 시장승리주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특히 시장이 있어야 할 곳과 시장이 들어서지
말아야 할 영역이 구분되지 않게 되었고 그 결과 시장에서 살 수 있도록 상품화되는 것들은
원래의 의미와 목적 및 그것이 내포해야 할 가치가 변질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시장이 사람들의 삶의 일부분이 되는 속도와 정도에 비해서 시장참여자들인 직장인, 자영업자,
교사, 공무원, 학생, 주부, 전문직 종사자들이 무엇을 시장에서 거래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는 점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과연 시장이 어느 부분까지 사람들의 일상생활 안으로 자리 잡아야할까?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분석하는 것과 관련해서 시장과 도덕이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
마이클 샌델 교수의 생각을 들어보면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1958년에 첫 선을 보인 폴 사무엘슨의 경제학원론이 1세대 경제학의 원리를 대변한다면
2000년대 이후 현대경제학은 하버드대학 경제학교수 맨큐의 경제학원론에 의해 설명된다.
저자는 두 경제학 교과서는 시장이 다루어야 할 범주를 과격할 정도로 확장하였다는 면에서 매우 차이가 난다고 한다.
폴 사무엘슨의 1세대 경제학은 가격, 수요공급, 인플레이션, 경제성장, 실업과 같은 전통적인 경제학영역의 문제를 다뤘다.
그런데 맨큐의 경제학에서는 현대의 시장논리가 사회를 구성하는 경제주체들간의 상호작용과 인간의 의사결정을 포함하는
모든 인생의 면면까지 파고들었다고 한다. 가령, 교육, 성, 결혼, 출산, 이민, 건강, 여가활동, 삶과 죽음, 시민생활의
영역까지 시장논리가 적용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시장의 도덕적 한계를 지적한다.
시장에서 팔리기 시작하면서 그 상품의 의미와 목적에 비해서 그 상품이 가져야 할 가치가 어떻게 변질될 수 있는 가를
자세하게 지적한다. 시장에서 팔려서는 안되는 것들이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질적 변질이 나타나는 사례로
학교에서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현금을 주는 경우를 예로 들었다.
저소득층 주거지역에 위치한 학교에 등교하는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책을 읽을 때마다 돈을 주는 것은 단기적으로 책을 많이
읽게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하게 하지는 못한다. 오히려 책 읽는 것의 가치를 떨어뜨리게 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인센티브가 더 이상 제공되지 않으면 다시 원래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므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반응하게 만드는 시장논리는 습관, 태도, 삶의 자세를 부패하게 만든다.
또한 가격체계 보다 오히려 줄서기를 통해서 상품과 서비스를 배분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경우를 지적한다.
경제학에서 희소한 상품과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지 설명할 때 가장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예가 줄서기의 비효율성과 가격체계의 효율성을 대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가격체제가 줄서기를 통한 배분방식 보다 효율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줄을 서야 할 곳까지도 가격을 매겨서
돈으로 거래하는 경우에는 이렇게 거래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한다.
가령, 뉴욕시의 공공극장 입장권이 선착순으로 그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돈을 받고
대신 줄을 서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홈리스를 고용해서 표를 공짜로 얻은 후 125달러라는 가격을 매겨서 관람권을
판매하는 경우이다. 그 결과 돈이 없더라도 뉴욕시 공공극장의 공연을 볼 수 있었던 예술은 좋아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은
이제 그런 기회는 더 이상 갖기 힘들게 된다.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사례를 들어 시장논리가 도덕적 사고방식을 구축하는 경우를 제시한다.
낭비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현금으로 대체할 경우, 받은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자중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줄일 수 있으므로 사회후생이 증가하게 된다고 몇몇 경제학자들은 주장한다.
그런데 정말로 이런 주장대로 선물을 현금으로 대신하거나 선물을 재활용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도록 선물재활용
서비스를 인터넷시장에서 제공하기 시작한다면, 효용은 증가할지 몰라도 선물을 주는 사람들의 품격과 선물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를 변질시킨다고 지적한다.
또한 근로자의 죽음을 생명보험과 연관시켜 근로자의 죽음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생명보험시장과 이름지을 수
있는 권리를 시장에서 거래하게 해서 학교와 공공시설과 공원을 광고로 도배하도록 하는 현실을 꼬집는다.
가족계획, 출산을 대리해주는 대리엄마, 어린이 입양, 신체장기매매가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하는 순간 시장에서
거래되어서는 안되며 소중하게 지켜져야 할 비시장적인 규범이 구축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 기준으로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접근한다. 공정한가? 부패시키는가?
그리고 공정과 부패를 기준으로 돈으로 사야 하는 것과 사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한다.
공정성을 기준으로 시장을 판단할 때는 불공정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에 대해서만 시장이 생기는 것을 반대할 뿐이다.
그런데 부패성을 기준으로 할 경우에는 공정한 거래조건이 만족되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서 돈 주고 사지 말아야 할 것이 있어야 한다.
저자는 시장의 범위를 명확히 정해서 시장이 들어서도 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나누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은 규범과 도덕이다.
저자는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일생생활의 영역에 시장이 생길 경우 필연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가치판단에 대해서
질문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의 주장과 같이 시장과 가치를 묶어서 함께 판단하려면 더욱 명확한 기준이 필요할 것이다.
가치판단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사람들이 시장을 통해서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서 묘사하는 것이
실증경제학의 연구분야이다. 그리고 이렇게 판단된 객관적 사실에 대해서 가치판단을 적용할 경우 규범경제학이 된다.
그런데 저자는 시장이 가치를 체화하고 있기 때문에 실증경제학에서 다루는 특정한 주제들은 사실 가치판단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룬 사례들은 실증경제학과 규범경제학의 경계가 애매모호한 경우들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특정한 상품과 서비스는 가치를 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경제학자들은 개인의 선호에 따른 가치판단의 차이에 대해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며 논의를 미루기도 했다.
이는 주지의 사실이다. 저자는 시장이 가치를 체화하고 있어서 시장거래가 도덕을 구축하고 있으므로 시장이 있어야 할 곳과
있지 말아야 할 곳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정작 저자 역시 시장에서 가치와 도덕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 가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그 몫을 독자들에게 맡기면서 글을 끝맺는다.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이창신/ 김영사/ 2013/ 404 p 340.1-ㅅ194ㅈ=3/ [정독]인사자실(2동2층)/ [강서]2층종합실 |
정의론의 세계적 석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생기 넘치는 강의실로 초대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되었고,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학자로 인정받은 정치 철학가 마이클 샌델의 대표작이다. 샌델 교수가 실제로 하버드에서 강의한 수업 ‘JUSTICE(정의)’를 바탕으로 쓴 책으로, 현재까지도 하버드대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강의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책은 구제 금융, 모병제, 대리 출산과 같은 현실 문제를 비롯해 경로를 이탈한 전차, 고통의 대가를 계량하는 시험과 같은 사고 실험을 주제로 삼아, 위대한 사상가들은 ‘정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가령, 저자는 벤담과 밀의 공리주의는 다수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을 지지하지만, 인간의 존엄성 문제에는 도덕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책에 ‘정의’에 대한 확고한 답을 내리지는 않는다. 외려, 책을 읽는 독자들도 위대한 사상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갈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정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고 바로잡는 기회를 만나는 획기적인 프레임을 선사하고, 나아가 그들 자신이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도록 한다. [인터넷 교보문고 제공] |
북리뷰를 통한 경영,경제 도서 목록 찾기 [출처]북리뷰를 통한 경영,경제 도서 목록 찾기|작성자 이인철 |
경제, 경영 도서의 홍수속에서 도서를 찾기 위해서 전문가들의 리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업경제연구소 홈페이지에서는 새로나온 경제,경영도서에 대한 북리뷰를 제공하고 있는데, 회원가입을 하여야 내용을 볼 수 있지만 별도의 비용없이 회원가입이 가능하고 북리뷰외에 최근의 경제상황에 대한 리포트등 연구자료들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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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연구원 KERI (http://www.keri.org) - 메인 홈 > KERI 광장 > 도서정보 > KERI 서평
* 기타 경영도서 독서모임을 통해서도 좋은 도서목록을 얻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경영도서독서모임으로는 경영자독서모임이 있다. 경영자 독서모임 (http://www.ips.or.kr/site/IPS/forum/read_01.aspx) 회원제로 운영되며 6개월의 기간 20권을 책을 읽고 저자를 초빙하여 강의를 듣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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