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3.01 이춘근 한국해양전략 연구소 선임연구위원·정치학 박사)
美 트럼프 찾아간 아베, 투자·일자리 약속 쏟아내
조공하느냐는 비난 있지만 평화헌법 체제 탈피 의도
日 우경화 비판하는 한국… 동북아 역학 변화엔 눈감나
트럼프 시대를 맞아 가장 분주한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이다.
아베 신조 총리는 '트럼프 당선자'를 만난 최초이자 유일한 외국 국가원수였고, 트럼프 취임 후에는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에 이어 두 번째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국가원수가 됐다.
트럼프를 만나러 간 아베 총리는 마치 조공이라도 바치듯 미국에 4500억달러를 투자하고 70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미국 동북부와 텍사스, 캘리포니아 등에 고속전철을 건설하고,
인공지능 및 로봇공학 등 첨단 과학 투자도 약속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미군에 기지를 제공해 주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를 표하고 미·일 동맹은 태평양 지역 안정을 위한
주춧돌(corner stone)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미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함께 타고 플로리다 팜비치의
트럼프 저택인 '마라라고'로 날아가 트럼프와 함께 골프와 식사를 즐겼다.
미국에 앞서 필리핀과 호주를 방문한 아베 총리는 미국의 대(對) 아시아 전략을 적극적으로 보완해 주는 조치도 취했다.
반미주의적인 태도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아베 총리에게 화려한 의장대 사열을 베푸는
호의를 보였고, 아베는 필리핀에 87억달러 지원과 더불어 고속정까지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베의 분주한 외교 행보는 '드디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을 뿐 아니라 적극 활용하겠다는 오래된 의지의 표현이다.
아베의 오래된 의지란 일본을 '보통 국가' 즉,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강요한 평화헌법은 일본을 다시는 전쟁할 수 없는 나라로 만들어 놓았다.
그동안 일본은 평화헌법을 수정하지는 않은 채, 해석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군사적 행보를 넓혀왔다.
그러던 일본은 지금 '적국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타격할 능력, 즉 전쟁 억지력마저 보유하겠다고 생각할 정도가 되었다.
일본 헌법은 자위대가 다른 나라의 미사일 기지를 선제공격할 능력의 보유는 허락하지 않고 오로지 방위 능력만 허락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월10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일본이 과감한 군사적 행보를 보일 수 있는 이유는 국제 정치의 역학구조가 변한 탓이고 미국이 이에 적극 대처하겠다고
나온 탓이다. 전통적인 미국의 대 아시아 전략은 아시아 3대 강국인 중국, 일본, 인도가 결코 하나로 합치지 못하게 하는 것,
그리고 최소한 이 중 한 나라를 미국 편에 묶어두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 조언하는 학자들은 이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과 인도를 강화하라고 공개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들고 그 섬들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동안 사실상 수수방관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국무장관 렉스 틸러슨은 청문회에서 '중국은 더 이상 인공섬을 건설하지 말라'
'미국은 중국이 인공섬에 접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그날 핵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서태평양을 향해 떠났다. 칼빈슨호는 서태평양을 담당하는 7함대 소속이 아니라
하와이와 미국 본토 사이의 바다를 담당하는 3함대 소속이다.
칼빈슨의 남중국해 출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아베의 우경화 행보를 비난하기에만 급급했다.
일본의 우경화가 미국 허락이 없이도 가능한 일일지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일본은 앞으로 미국이 할 일, 즉 대 중국 견제 업무를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명분 아래 군사 강대국의 길을
걷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미국 없이도 중국에 맞설 나라로 성장하려 할 것이다.
그렇게 되는 것이 우리에게 좋은 일인가?
지금 우리나라는 험악하게 변해가는 동북아시아의 역학구조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은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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