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6.19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제프리 초서 '캔터베리 이야기'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1400년에 발표된 중세 영문학의 금자탑 '캔터베리 이야기'는 캔터베리로 성지순례를 가는 순례객들이
가는 길, 오는 길에 심심풀이로 한 이야기 모음 형식으로 되어 있다.
스물네 편의 이야기가 대부분 아기자기한데 면죄부판매인의 이야기는 어둡고 험악하다.
중세 유럽에서 면죄부 판매인은 교회의 권력을 등에 업고 민중을 협박해서 금품을 갈취했다.
세 명의 악당이 친구가 죽자 죽음의 신(神)을 찾아내서 친구의 복수를 해주기로 한다.
길에서 만난 노인에게 죽음의 신을 보았느냐고 묻자 노인이 숲 속을 가리킨다.
숲 속에는 커다란 금화(金貨) 자루가 있었다.
셋은 친구의 복수를 하려던 일은 잊어버리고 어두워지면 금화를 옮기기로 하고, 한 명이 빵과 술을 사러 간다.
남은 둘은 그가 돌아오면 죽여버리고 금화를 둘이서만 나눠 갖기로 한다.
음식을 사러 간 악당은 금화를 독차지할 욕심에 독약을 사서 친구들에게 줄 술병에 탄다.
그가 숲에 돌아오자 기다렸던 두 명이 튀어나와 그를 찔러 죽이고 그가 사온 술과 빵을 먹고 죽는다.
금화가 바로 죽음의 신이었다.
드루킹 등의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팀이 구성되었다고 한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의 여론은 국가를 움직이는 동력이고 여론의 물길은 나라의 향방을 주도한다.
여론을 대대적으로 조작해서 감히 나라의 운명을 주무르는 대역죄를 뿌리 뽑지 않으면
우리나라는 계속 모리배들 손가락 끝에 휘둘리다가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다.
드루킹이 김경수에게 보낸(5월 18일자 조선일보 게재) '옥중편지'를 보면 김경수는 드루킹의 '매크로' 시연을 보고 나서
고개를 끄덕여서 작업 착수를 지시하고 나서 "뭘 이런 걸 보여 줘. 알아서 하지"라면서 자신의 관련사실을
은폐하고 싶음을 시사했고, 드루킹은 "못 보신 걸로 하겠다"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김경수가 공모의 거대한 과실을 따먹은 후 하수인들을 지하에 유폐하려 하자 드루킹이 일변 협박,
일변 구원을 호소한 문건으로 보인다.
드루킹과 그 공범자·지시자 일당이 쏟은 독약 탄 맹세주에 온 나라가 썩어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경찰과 검찰의 수사 소홀, 증거인멸 방치로 국민의 애간장이 탔는데 허익범 특검팀이 철저한 수사로
이 나라를 온전히 정화해 주기를 간절히 빈다.
캔터베리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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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내 같은 종류의 읽을 거리 : ‘청구야담(靑邱野談)’에 나오는 이야기, 절친 심마니 3인의 배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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