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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여자는 왜 머리 나쁜 남자와 결혼하는가?

바람아님 2018. 8. 9. 19:38

(조선일보 2018.08.04 변희원 기자)


'수포자' 마음 돌리는 책 두 권


'수학이 필요한 순간'수학이 필요한 순간

김민형 지음|편집부 옮김|인플루엔셜|328쪽|1만5800원


통계적으로 봤을 때 지능이 굉장히 높은 여자들은 대부분 자기보다 지능이 낮은 남자와 결혼한다.

그 이유가 뭘까?

이 질문에 '여자가 원래 남자보다 지능이 높다'거나 '똑똑한 남자는 똑똑한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대답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얘기긴 하지만, 틀렸다. 남자나 여자나 지능이

굉장히 높은 사람은 소수이기 때문에 확률적으로 대부분의 사람은 이들보다 지능이 낮다. 그러니

자신보다 지능이 낮은 사람과 결혼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능이 굉장히 높은 '여자'도 예외가 아니다.


김민형(왼쪽), 박형주김민형(왼쪽), 박형주


왜 제대로 된 답을 내놓은 사람이 드물까?

김민형 옥스퍼드대 수학과 교수는 "뭔가 사회적인 편견에 입각해서 답을 찾게 되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할 때 도덕적으로 그릇된 답을 피할 수 있는 사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여기에 필요한 사고란 확률적 사고, 즉 수학이다. 그가 쓴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1년여의 강의를 대화식으로 묶어서

낸 책이다.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에서 유래한 대수 기하학의 고전적 난제를 해결한 세계적 수학자가 복잡하고 어려운

수학 이론을 일반인의 언어로 풀어 설명했다. 여기서 일반인이란 중학교 3학년 수학 과정을 마친 사람이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수학자가 될 것도 아닌데 수학 잘해서 뭐하나. 덧셈·뺄셈만 할 줄 알면 사는 데 지장 없다"고. 그

렇게 치자면 스마트폰의 계산기가 사칙연산도 다해주는데 숫자만 셀 줄 알면 된다.

수학자 출신인 박형주 아주대 총장의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는 이런 수포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쓴 책이다.

그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생각의 힘이 필요한 시대에 수학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고 해결 방안을 찾는 것이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수학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김 교수와 박 총장 책의 부제는 각각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와 '어떻게 생각의 힘을 키울 것인가'.

수학자들이 쓴 책 제목에 모두 '생각'이란 단어가 들어가는 건 우연이 아니다.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

박형주 지음|해나무|268쪽|1만4000원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고등학교 때 수학 점수 최소 80점 이상 정도 맞은 독자에게 권하겠다.

남녀의 만남부터 우주에 대한 이해까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수학 이론으로 풀이해준다.

이 책이 인용하는 수학이나 물리 공식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수준으로 어렵지 않지만,

이를 도출하는 과정을 들여다볼 최소한의 호기심이나 성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학창 시절 수학만 생각해도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식은땀이 났다면

'배우고 생각하고 연결하고'를 읽는 게 나을 것이다. 수식은커녕 숫자 하나 나오지 않는 대신 영화 '마션', 알파고,

살바도르 달리 등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수학과 생각의 힘을 연결짓는다.

핀란드·프랑스 등 해외 수학 교육 현장을 다녀온 그는 책의 상당 부분을 수학 교육에 할애한다.

"지난 30년 동안 교육과정 개편 때마다 내용은 줄었는데 '수학 어려움증'은 늘었다"고 지적하면서

 "적은 수의 수학 문제를 긴 시간 동안 궁리하며 풀게 해주자"고 한다.

생각의 재료와 생각의 훈련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수학을 포기한 사람들, 일명‘수포자’들은‘수학만 없었어도 인생이 잘 풀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학을 포기한 사람들, 일명‘수포자’들은‘수학만 없었어도 인생이 잘 풀렸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융·경제·공학·의학은 물론이고 철학과 예술도 수학과 연관이 있다.

수학에 관심을 가지면 인생은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정보는 많고, 유행은 빠르다. 가짜 뉴스 솔깃하고 극단주의는 단순하다.

정교하게 생각하고 치열하게 고민해야 이런 세상을 견뎌낼 수 있다.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조금이라도 더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고 답하겠다.

두 권의 책이 수포자를 구제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수학 못해도 잘만 살더라"는 말은 안 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아는 건 약이고, 모르는 게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