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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실업률 10%포인트 ‘뚝’…계기는 노동개혁”

바람아님 2018. 10. 3. 09:35

[중앙일보] 2018.10.02 15:25


“경제위기 덕분에 스페인은 노동개혁이란 해묵은 과제를 해소했습니다.”
 
본지와 인터뷰 중인 조아침 힌즈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 문희철 기자.

본지와 인터뷰 중인 조아침 힌즈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

문희철 기자.

 
조아침 힌즈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의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마르토렐공장 5층 집무실에서 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스페인 노동개혁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힌즈 부사장의 말을 그대로 전한다.
 
“2013년 1월, 스페인 통계청은 2012년 국가 실업률(26%)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청년(16~24세)은 아예 절반 이상(55.1%)이 놀았어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스페인 정부는 노동계 동의 없이 즉각 노동개혁을 추진했습니다. 자동차 산업 전문가 의견부터 청취했어요. 스페인 자동차 시장이 스페인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0%에 달하기 때문이죠.
 
자동차 산업 전문가들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보다 탄력적(flexible)으로 노동 계약을 맺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기존에는 완성차 제조사가 인력을 채용하면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였거든요. 갑자기 많은 인력이 필요할 때 단기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게 하고, 당장 인력이 필요 없으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스페인 정부는 관련 제도를 상당히 정비했어요.  
 
조아침 힌즈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 [사진 세아트]

조아침 힌즈 아우디폴크스바겐그룹 세아트 재무담당 부사장. [사진 세아트]

 
노동개혁은 스페인 경제 반등의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소소한 정책만 내놔도 기업은 향후 경기 전망이 호전할 것으로 보고 신규 채용을 겁내지 않았습니다.
 
노동시장 개혁으로 기업 투자·고용 심리가 완화하자 일자리가 단시간에 늘었어요. 근로자가 많아지면서 국민의 수입이 증가했고 지출도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내수 시장이 활성화하자 보다 많은 사람이 자동차를 살 수 있어서, 자동차 업계 실적도 좋아졌죠. 재무실적이 좋아진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선순환을 낳았습니다. 실제로 실업률은 10%포인트 이상(2012년 12월의 26%→2018년 7월의 15.1%) 뚝 떨어졌죠.
 
스페인 노동개혁을 두고 노동계는 해고가 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어요. 물론 한 직장에서 평생 일할 기회는 다소 줄었습니다. 대신 실업자가 확 줄었고, 본인이 원할 때 본인이 원하는 직장에서 다양한 업무를 할 기회는 늘었습니다.  
스페인 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으로 자동차 산업을 살렸습니다. 이제 스페인 자동차 업계가 경제 성장으로 국가에 보답할 차례입니다.”  
  
바르셀로나=문희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