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橫設竪設

<포럼>다뉴브江에도 洑와 댐 700여 개 있다

바람아님 2019. 6. 18. 09:00
문화일보 2019.06.17. 12:20


4대강 보(洑)를 적폐 대상으로 삼아 해체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드세다. 4대강 주변 주민이나 4대강에서 여가를 즐기는 국민은 선진국형 하천으로 탈바꿈한 4대강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 지난 11일 ‘공주보’ 해체에 대한 주민 의견서에서 98%가 반대했다. 가뭄이 들면 농업용수는 물론 상수원까지 위협받는 만큼 당연한 의견이다.


한국의 좌파 환경단체와 매체들은 국내 하천에는 배가 다니면 안 된다며 재자연화를 주장한다. 하지만 아름다운 야경을 자랑하는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강을 보라. 지난달 29일 유람선이 침몰, 한국인 관광객들이 숨지고 실종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한 다뉴브강은 거의 20㎞마다 보와 갑문이 설치된 운하이며, 유역에 700여 개의 댐과 보가 있다.


댐과 보는 인간이 7000년 동안 사용해온 문명의 이기(利器)다. 미국에만 200만 개 이상이 있고, 유럽에도 100만 개 이상이 있다. 더 좋은 대안이 없어 계속 사용하고 있다. 좌파 환경단체는 환경 파괴라고 공포감을 조성하면서 국책사업마다 반대했다. ‘4대강 사업’도 환경 파괴란 이유로 반대하더니 지지한 정당이 정권을 잡자 보를 해체하려고 한다.


탈원전 정책은 일방적으로 했지만, 보 해체는 정당화시켜야 하기 때문에 ‘경제성 평가’라는 방법을 동원했다. 경제적으로 불리한 항목을 빼고 유리한 항목을 침소봉대(針小棒大)한 사기로 우선 5개 보 가운데 철거 비용이 적게 들고 저항이 작을 것 같은 보 3개를 택했다. 이를 근거로 환경부가 ‘4대강 보 처리방안 세부 실행계획’ 용역을 추진했지만, 3번 모두 유찰돼 조달청이 더 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이 보 해체를 신속하게 추진하라는 특별지시까지 했지만, 국민을 속여야 하기 때문에 책임이 두려워 공공기관조차 거부한 것이다.


현 정부 들어 좌파 환경단체의 주장이나 영화를 보면서 눈물 흘리며, 전문가에게 자문해 수립한 국가 정책들을 뒤엎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쇠락해 가는 로마제국에 철퇴를 가한 것은 고트족의 거대한 수로 파괴다. 이로 인해 100만 명이 살았던 로마가 13년 만에 3만 명이 거주하는 소도시가 됐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4대강 보에 저장된 물은 도시에서 사용한 물이 흘러들기 때문에 마르지 않는다. 더구나 좌파 환경단체의 반대로 댐 건설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댐 건설비의 20%밖에 안 되는 보는 최선의 선택이다. 건설한 지 7년밖에 안 된 4대강 보 철거는 국가 침체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4대강 사업을 통해 제방 내 농지를 제거해 생태습지나 위락시설로 바꾸고 불법 매장된 300만t에 가까운 쓰레기를 수거했다. 수자원을 확보해 가뭄을 극복하고 수량 증가로 수질도 현저히 향상됐다. 수자원 관리는 국토해양부가, 수질관리는 환경부가 했으나 문 정권 들어 환경부가 총괄하고 있다. 환경부가 수자원 관리를 중시한다면 보 해체란 말을 꺼낼 수가 없다. 수자원이 없으면 수질 걱정도 없다. 환경부로 수자원 관리를 이관한 것은 탈원전 정책과 함께 큰 실책이다.


녹조 문제를 들어 기세등등하게 보를 개방했는데 녹조가 더 심해지자 재자연화를 이유로 든다. 현재 1만8000개에 가까운 댐과 보가 건설된 상황에서 하천 재자연화를 위해 4대강 보 16개 중 몇 개를 제거하겠다는 주장도 거짓말이다.

경제가 위기에 빠지고 국격도 추락한 상황에서 타들어 가는 민심을 더는 거스르지 않기를 바란다. 민심은 천심이다.

박재광 美 위스콘신대 교수 환경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