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부(富)의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2019년 1월 10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 연설)라는 생각은 한국 경제와 관련한 대표적인 미신(迷信) 중 하나다. 한국의 분배는 지니계수 등 어떤 지표로 봐도 세계 중상위권이고, 인구 5000만 명 이상 되는 큰 국가 중 한국보다 소득 분배가 잘된 나라는 독일밖에 없다. 그런데도 ‘한국의 경제 양극화는 세계 최고’라는 미신은 대통령 연설에 버젓이 인용될 정도로 ‘팩트’로 둔갑해, 부자와 대기업들을 공격하는 논리적 근거로 활용된다.
이러한 미신을 바탕으로 한 정책은 경제학 용어에도 등장할 정도로 족보가 있다. 미신경제학(voodoo economics)이 그것이다. 부두(voodoo)는 미국 남부에서 횡행했던 주술적 종교인데, 미신경제학은 정부가 시행한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 ‘국민을 상대로 한 일종의 기만행위’라는 의미에서 비유적으로 사용된다.
미신경제가 최근 한국에도 등장했다. 미국 에인랜드연구소의 야론 브룩 소장은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참석해 “소득주도성장은 경제이론이 아니라 부두교(미신)”라고 꼬집었다. 그는 “경제학은 그렇게 단선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기업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그게 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의 소득을 끌어올려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며 가짜 족보까지 만들어 소주성을 내놨는데, 정작 국민 가계살림(처분가능소득)과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0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소주성은 부두교 무당처럼 시끄럽게 굿판을 벌이며 국민을 현혹하는 주술(呪術)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2019년 한국 경제를 배회하는 미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원자력은 위험하다’는 미신은 탈원전 정책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원전을 해체로 내몰고 있다. ‘대기업은 사악하다’는 미신은 기업들을 해외로 내쫓고 있다. 경제를 제단 위에 올려놓고 정체불명의 굿판이 펼쳐지고, 마치 천국이 임박했다는 듯 요란한 묘술이 횡행한다. 주술로 국민을 현혹하는 미신경제가 득세하는 국가의 앞날은 뻔하다. 이를 가늠하는 국민의 분별이 없다면 무당들은 끊임없이 국가경제를 조롱할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듯 한국경제를 갉아먹고 있는 이 기막힌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김병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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