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02.08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엄마, 나 저 레고 사줘, 너무 갖고 싶어!"
주말에 백화점에 쇼핑하러 가서 장난감 코너를 지나가기 무서울 때가 있다.
갑자기 '어벤져스' 주제로 진열된 레고 장난감에 마음이 꽂힌 여덟 살 아들과
그 장난감의 가격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절대 사줄 수 없다는 아내가 각자의 완강한 논리로
실랑이를 시작하면 평온하던 일요일이 뜨겁게 달궈지기 때문이다. 둘의 뇌에서는 과연 어떠한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먼저 8세 아들이 '갑자기' 물건을 사달라고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제어하는 뇌 전전두엽의 기능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기에 갑자기 눈에 띈 장난감에
꽂히고 구매 충동을 스스로 조절하기 어려운 것이다.
20년 넘게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연구해온 독일의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박사에 따르면
8~12세 어린이들은 가장 즉흥적인 구매자들이다.
반면 아내의 뇌에서 판단하는 이 장난감의 '가치'는 일단 가격표에 보이는 숫자들과 일치하지 않는다.
호이젤 박사에 따르면 뇌는 무의식적인 감정들을 기반으로 선택을 하는데,
아내의 뇌가 반응하는 브랜드는 아들의 뇌가 반응하는 브랜드와는 다른 것이다.
예를 들어 명품 매장의 가격표에 적혀 있는 숫자는 장난감 매장의 숫자와 똑같더라도 더 싸게 느껴질 수 있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 인간의 소비심리를 지배하는 뇌과학의 비밀
한스-게오르크 호이젤 지음/ 강영옥 외 옮김/: 비지니스북스/ 2019/ 409 p
325.581-ㅎ585ㄴ/ [정독]인사자실(새로들어온책)
사람들이 언제 어떻게 제품들을 구매하며, 왜 그 제품들을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는
선택을 하는지 호이젤 박사는 그의 책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비즈니스북스)에서
상세하게 설명한다. 우리의 뇌는 이성적으로 가격을 비교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수백만 년을 진화해오며 자극·지배·균형 시스템으로
분류되는 뇌 안의 감정 시스템에 의해 구매 결정들이 좌우된다. 이를 알고 있다면
우리가 어떤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물건을 사게 될지 예측하기가 더 쉬워질지도 모른다.
백화점의 장난감 코너 담당자가 이 책을 읽었을지도 모르겠다.
계산대로 향하는 동안 우리의 뇌가 어떠한 신호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할지 잘 이해하고
매장의 동선을 배치한 것이 아닐까. 뇌를 알면 욕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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