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정은경의 말
세계일보 2020.04.06. 22:47개화파의 나무 옮기기 이벤트는 옛날 중국 상앙의 이목지신(移木之信)을 본뜬 것이었다. 상앙은 진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든 법치주의 사상가다. 그는 백성들이 믿지 않으면 법이 바로 설 수 없다는 생각에 꾀를 냈다. 도성 남문에 나무 기둥을 세워놓고는 이런 방을 붙였다. ‘이 나무 기둥을 북문으로 옮기는 사람에게 십 금을 주겠노라.’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자 다음날 상금을 5배로 올렸다. 장정 한 사람이 나무 기둥을 매고 북문까지 옮겼다. 상앙은 그에게 오십 금을 주었다. 그런 후 법령을 공포했더니 법의 신뢰가 되살아났다고 한다.
신뢰의 신(信)은 인(人)과 언(言)으로 이뤄져 있다. 신뢰란 사람의 말에서 나온다는 뜻이다. 해외 언론에서 영웅으로 회자되는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힘 역시 말에서 나오는 신뢰다. 리더십 전문가인 샘 워커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칼럼에서 정 본부장의 ‘일관되고 솔직한 언급’이 신뢰감을 높였다고 평했다. 실제로 그는 마스크 파동 와중에도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정치인과는 달리 권력의 눈치보다 과학적 정보를 더 살폈다.
개혁이나 법치는 모두 신뢰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이 땅에선 딴판이다. 개혁을 외치는 자들이 위선자를 총선 영웅으로 떠받든다. 대통령은 그를 법치의 수장으로 앉히려다 실패하자 “마음의 빚을 졌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런 마음으로 금강송을 심은들 뭣하나. 양심의 텃밭에 ‘신뢰의 나무’를 심는 게 먼저 아닌가.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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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한시간 이상은 잔다는 정은경, 코로나 영웅"
리더십 연재하는 샘 워커 기자
칼럼에서 코로나 영웅들 집중조명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자신의 활약을 내세우지 않는 전문 관료들이 ‘진짜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한국의 방역 책임자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을 집중 조명했다.
WSJ에 리더십과 관련한 기사를 연재하는 샘 워커 기자는 4일(현지 시각) 게재한 ‘침착하고 유능한 2인자들이 있어 감사한다’(Thank God for Calm, Competent Deputies) 제목의 칼럼을 통해 정 본부장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WSJ에서 스포츠기자로 오랫동안 취재해온 워커 기자는 '캡틴 클래스(THE CAPTAIN CLASS) :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팀을 만든 리더의 7가지 숨은 힘'의 저자로 리더십 칼럼리스트로도 활약하고 있다.
워커 기자는 칼럼에서 정 본부장과 영국 부(副) 최고의료책임자인 제니 해리스, 케냐 무타히 카그웨 보건장관, 미국의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등을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 떠오른 새로운 영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뽑은 대담하고 카리스마 있는, 자기애가 강하며 정치적으로 계산적인 지도자가 아닌, 자기 분야의 전문가들이 진짜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썼다.
워커 기자는 이런 논지를 펴며 첫 번째 사례로 정 본부장을 꼽았다. 코로나 관련 브리핑에서 보여준 정 본부장을 설명하며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성공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며 “(정 본부장의) 일관되고 솔직한 언급, 정보에 근거한 분석, 인내심 있는 침착함은 대중에게 강력하다”고 했다.
이어 “(한국 국민들은) 고조된 위기 국면에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정 본부장을 신뢰하게 된다. 그의 말을 사실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워커 기자는 “정 본부장이 ‘바이러스가 한국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을 때 공황이 절정에 달했던 한국인들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믿었다”며 “소셜미디어에서는 정은경을 전사나 영웅으로 부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직 한국을 포함해 어떤 나라도 코로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정 본부장이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빅토리 랩’(자동차 경주 등에서 우승자가 경주 후 트랙을 한 바퀴 더 도는 것)을 하는 것을 보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 본부장은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소셜미디어를 피하며 인터뷰 요청도 정중하게 거절한다고 소개했다. 한국이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더라도 그가 정치인들처럼 전면에 나서 ‘자화자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워커 기자는 최근 정 본부장이 브리핑에서 나온 개인적인 질문에 대해 답변한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칼럼을 마무리했다. 한 기자가 코로나 브리핑에서 하루에 얼마나 자느냐고 묻자 정 본부장은 “한 시간은 넘게 잔다”고만 답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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