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5. 5. 15. 00:20
美, 일본·대만과 ‘기술 동맹’ 재편
외신도 한국 반도체 뉴스는 줄여
지금은 지정학 아닌 技政學 시대
국가 전략 차원서 돌파구 고민을
한 반도체 업체 고위 임원은 한국 반도체 위기를 새삼 절감한 최근의 경험을 들려줬다. 최첨단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대만 TSMC에 밀리고 있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저서 ‘칩워(Chip War)’로 유명한 크리스 밀러 미 터프츠대 교수가 지난 4월 미 밴더빌트대학에서 ‘인공지능(AI) 시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주제로 한 강연을 유튜브에서 봤다고 했다. 밀러 교수는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미국 중심의 반도체 동맹 결성 움직임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 대목에서 대만·일본·네덜란드를 주요 대상국으로 거론하면서 한국은 거의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밀러 교수가 이 세 나라를 동맹 대상으로 꼽은 근거는 분명했다. 대만은 AI용 최첨단 반도체의 95%를 생산한다. 일본은 ‘신에쓰’와 ‘섬코’ 같은 기업이 전 세계 고품질 웨이퍼(반도체 원판)의 56%를 담당하고, 포토레지스트(일종의 감광액) 등 핵심 소재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보여준다. 최첨단 반도체 공정의 핵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공급한다. 미국은 최첨단 반도체 설계와 소프트웨어 분야를 장악함으로써 이 모든 공급망의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한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약 60%를 장악하고 있다. 핵심 AI 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도 거의 90%를 한국이 생산한다. 그런데 왜 한국은 그에 걸맞은 대우를 못 받을까? 반도체 고위 임원은 “미국 테크업계에선 한국의 메모리를 대체 가능한 양산품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다”며 “최근 마이크론(세계 3위인 미국 메모리 업체)의 약진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낮아지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 지난달 미 트럼프 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가 강화되자,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을 방문한 후, 일본에 들러 이시바 총리와 면담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중국·대만을 수시로 방문하는 황 CEO가 한국을 공개적으로 방문했다는 보도는 아직 없다. 미 정부와 엔비디아가 추진 중인 미국 내 ‘AI 반도체 공급망’ 구축도 미·대만 기업 중심이다. 오픈AI·아마존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이 일본을 아시아 거점으로 삼아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업무상 매일 보는 외신에서도 한국 반도체를 다루는 뉴스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이 중국에 맞선 ‘기술 동맹’을 일본·대만 중심으로 구축하는 기류가 갈수록 뚜렷해 보인다.
그렇다고 한국이 “셰셰(감사하다는 중국어)”라며 중국의 기술 동맹에 들어갈 수도 없는 일 아닌가. 첨단 기술만큼은 단순한 산업·경제 정책이 아니라, 국가 전략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때다.
https://v.daum.net/v/20250515002024004
[태평로] 미국의 '반도체 동맹'에서 희미해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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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반도체 업체 고위 임원은 한국 반도체 위기를 새삼 절감한 최근의 경험을 들려줬다. 최첨단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대만 TSMC에 밀리고 있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다. 저서 ‘칩워(Chip Wa
v.daum.net
칩워, 누가 반도체 전쟁의 최후 승자가 될 것인가
저자 크리스 밀러 | 역자 노정태
출판 부키 | 2023.5.19.
페이지수 656 | 사이즈 149*219mm
판매가 서적 25,200원 e북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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