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1374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17] 블라디미르의 성모

조선일보 2022. 03. 01. 03:03 러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공경하는 성상(聖像), ‘블라디미르의 성모’다. 1131년경 동로마 제국의 총대주교가, 그리스 정교로 개종한 지 오래지 않은 동슬라브족의 키예프 공국 유리 돌고루키 대공에게 선물로 보냈다. 1155년경, 유리 돌고루키의 아들 안드레이 보골류프스키는 내전으로 분열된 키예프 공국의 여러 지역을 점령하고 성상을 자기 근거지였던 블라디미르로 옮겼다. 전설에 따르면 성상이 갑자기 공중 부양을 하니, 안드레이가 이를 키예프를 떠나겠다는 성모의 뜻으로 받들어 이동을 하는데, 마차가 블라디미르에 도달하자 말들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아, 바로 그 자리에 교회를 세워 성상을 모셨다고 한다. 성상이 떠나자 키예프는 쇠락했고, 블라디미르가 신흥 도시로..

이토록 잔인한 명화, 화가는 사디스트였을까 [김선지의 뜻밖의 미술사]

한국일보 2022. 02. 24. 19:00 고문그림을 즐겼던 갱단 보스 주세프 데 리베라 그림 속 붉은 낯빛의 남자가 고문을 즐기는 듯한 야비한 웃음을 머금고 희생자의 팔 살점을 슬라이스 햄처럼 천천히 저며내고 있다. 17세기 바로크 화가 주세페 데 리베라(Jusepe de Ribera)는 '성 바르톨로메오의 순교'라는 작품에서 처참한 장면을 이렇듯 실감 나게 묘사한다. 예수의 12사도 중 하나인 성 바르톨로메오는 선교활동 중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지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혹독한 형벌을 받았다. 오른쪽 손목과 왼쪽 발목이 밧줄에 묶인 채 고통으로 이마를 잔뜩 찌푸린 성인의 눈빛은 화면 밖 관람자에게 이교도들의 야만성을 호소하고 있는 듯하다. 앙상하게 여윈 노화된 육체의 근육은 극심한 통증으로 수축되고 ..

폭풍의 감정[이은화의 미술시간]〈203〉

동아일보 2022-02-24 03:00 깜깜한 밤을 배경으로 벌거벗은 남녀 한 쌍이 누워 있다. 이들이 누운 곳은 편안한 침대가 아니다. 폭풍이 휘몰아치는 밤바다 같기도 하고, 밤하늘의 구름 위 같기도 하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남자 품에 안겨 편히 눈을 감고 잠들었다. 반면, 남자는 근심이 있는지 뜬눈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다. 이 인상적인 그림은 오스트리아 표현주의 화가 오스카어 코코슈카의 대표작이다. 그는 불안한 선과 강렬한 색채, 과장된 이목구비와 몸짓을 사용해 모델의 심리를 묘사하는 데 탁월했다. 그림 속 모델은 화가 자신과 그의 연인 알마다. 알마는 10대 때 이미 수십 곡을 작곡한 뛰어난 작곡가이자 재능 있는 문인이었다. 미모와 사교성도 뛰어나 여러 남성들이 청혼했지만 1..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16] 소중한 사랑의 결실

조선일보 2022. 02. 22. 03:05 오늘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상징을 꼽자면 틀림없이 ‘하트’가 첫손에 들 것이다. 사랑한다고 말하기는 쑥스러워도 문자에 하트를 붙이거나 손 하트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나뭇잎 모양 빨간 하트가 사랑의 상징으로 통용된 건 14세기 초부터다. 그 전까지 기독교 문화권에서 하트는 진짜 심장을 닮은 긴 솔방울 모양으로 그려졌고 이는 예수의 ‘성심(聖心)’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https://news.v.daum.net/v/20220222030505772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16] 소중한 사랑의 결실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16] 소중한 사랑의 결실 오늘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상징을 꼽자면 틀림없이 ‘하트’가 ..

한국의 미켈란젤로가 남긴 걸작, 눈 치켜뜬 여자아이가 보이나요?

조선일보 2022. 02. 19. 03:03 [아무튼, 주말]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 격랑의 시대, 끈기의 아이콘 '북으로 간 비운의 화가' 이쾌대 이쾌대의 ‘군상’이라는 작품이 있다. 처음 이 작품을 직접 본 곳은 1998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었는데, 물론 착각이겠지만, 당시 전시실 공기까지도 기억이 날 것만 같다. 그만큼 이 작품은 내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2019년 같은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다시 전시했는데,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보고 마찬가지로 충격 받은 눈치였다. “아, 어떻게 이런 작품이… 미켈란젤로 같아요”라고 그가 말했을 때 내심 반가웠다. 1940년대 이쾌대의 별명이 ‘한국의 미켈란젤로’였기 때문이다. 이쾌대! 그는 누구이기에 1940년대 후반, 한반도가 ..

나폴레옹의 교훈 '미래, 모르는 게 약'[이윤희의 아트in스페이스]<24>

이데일리 2022-02-19 오전 12:01:00 200여년 전 소설 ‘오만과 편견’이 탄생한 곳은 낡은 책상이었답니다. 종이 몇 장과 잉크병, 깃대펜이 전부인 그곳이 바로 영국작가 제인 오스틴의 작업실이었던 셈입니다. 장서가 그림처럼 꽂힌 책장, 큼직한 책상이 근사한 ‘서재’란 공간은 남성 작가만 차지할 수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뿐인가요. 화가의 공간이던 ‘아뜰리에’도 그랬고,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카페’와 ‘술집’ ‘광장’도, 한 가정집의 ‘부엌’과 ‘식당’ ‘침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속해 있던 공간이지만, 그곳이 모든 이들에게 늘 공평했던 것은 아니었던 겁니다. 오랜 시간 미술관을 일터로 삼아온 이윤희 큐레이터가 이데일리와 함께 그 장면, 장면을 들여다봅니다. 때론 객관적..

[박일호의미술여행] 봄의 따뜻함과 활력 앞에서

세계일보 : 2022-02-18 22:39:18 마음도 춥고, 몸도 춥다. 오미크론의 기세 때문에 마음이 춥고, 다시 몰아친 한파로 움츠러든 몸은 활력을 잃었다. 따뜻한 햇볕을 찾아 야외로 나가고 싶고, 도시적 감성과 활기 넘치는 거리도 보고 싶다. 도시인의 생활 감정과 색채 효과가 가득한 인상주의 그림 한 장이 위안이 될까. 인상주의는 19세기 말 파리를 중심으로 한 도시 중산층 삶의 내용을 소재로 택했다. 문명과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생활환경이 빠르게 변하던 당시의 역동적인 생활 감정을 예술로 담아내려 했다. 세상을 도시인의 현대적인 눈으로 보고 느낀 인상들로 나타내려 한 것이다. 지속적인 것보다 일시적이며 순간적인 것들이나 빛의 변화에 따른 색의 변화라는 현상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https:..

빼기의 미덕[이은화의 미술시간]〈202〉

동아일보 2022. 02. 17. 03:03 정사각형 캔버스 위에 빨강, 파랑, 노랑 색면과 다섯 개의 검은 직선이 그려져 있다. 이 단순한 그림은 추상미술의 선구자 피터르 몬드리안의 대표작이다. “이 정도는 나도 그리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래봬도 미술사를 빛낸 위대한 걸작이다. 참 쉽게 그린 것 같은데 왜 명작인 걸까? 화가는 이 그림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던 걸까? https://news.v.daum.net/v/20220217030330561 빼기의 미덕[이은화의 미술시간]〈202〉 빼기의 미덕[이은화의 미술시간]〈202〉 피터르 몬드리안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 1930년.정사각형 캔버스 위에 빨강, 파랑, 노랑 색면과 다섯 개의 검은 직선이 그려져 있다. 이 단순한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