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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창] 또다시 世界의 흐름을 놓친다면

바람아님 2015. 4. 26. 12:11

(출처-조선일보 2015.04.22 김대식 KAIST 전자및전기공학과 교수)

의미 없는 黨派 싸움 하느라 산업혁명 200년 뒤져 乙 신세
急성장 대가로 自殺率 최고… 세계는 인공지능 2차 혁명 중
알면서도 대비하지 못한다면 또 기나긴 悲劇 맞을 수 있다


	김대식 KAIST 전자및전기공학과 교수 사진
김대식 KAIST 
전자및전기공학과 교수

1769년 영국의 리처드 아크라이트는 수력을 이용한 방적기를 발명한다.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와트는 1778년 증기 기관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데 성공하고, 

18세기 말 영국 기업들은 제철 대량 생산에 필요한 기술들을 습득한다. 

유럽과 미국을 지구의 '수퍼갑(甲)'으로 만들어준 산업혁명의 시작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서양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것일까? 

미국 하버드대의 퍼거슨 교수치열한 경쟁, 과학, 법치주의, 의학, 컨슈머리즘, 근로윤리 등 

6가지 조건을 서양만 모두 가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UCLA의 다이아몬드 교수는 서양 성공사의 비밀을 조금 더 마키아벨리적인 '총'과 '균(菌)'과 '쇠'에서 

찾으려 한다. 

스탠퍼드대의 모리스 교수는 문화도, 전통도, 종교도 아닌 유럽 특유의 지형이 서양의 세계 정복을 

가능하게 했다고 생각하는 반면 

역사학자인 노르위치와 아불라피아'지중해'라는 지형적 특성이야말로 서양 문화의 세계 주도를 가능하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모두 서양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먼 훗날 만들어진 가설(假說)들에 불과하다.

왜 하필이면 서양이 산업혁명을 만들어냈는지 완벽한 설명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왜 한반도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는지는 잘 안다. 

증기 기관이 만들어지고 철(鐵)이 대량 생산될 때 우리는 상감마마의 변(便) 상태를 걱정했고 무의미한 당파싸움을 하고 있었다. 내 편이 아니기에 밉고, 밉기에 온 가족이 죽어야 하는, 

뭐 그런 무의미한 싸움을 하느라고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지 100년이 지난 19세기 말에도 우리는 여전히 서로 싸움질을 하고 있었기에 

우연히 더 먼저 세상의 흐름을 이해한 나라들의 지배를 받기 시작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 우리는 세계 최고의 '을(乙)'이었으며, 

우리의 역사는 슬픔과 굴욕과 치욕의 끝없는 반복이었다.

남들보다 200년 늦게 산업혁명을 시작했고, 

남들이 200년 걸려 만든 것을 30~40년 만에 달성하려니 너무나도 큰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무슨 대가였냐고?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에 행복지수 최하위권이 그 결과다. 

137억년이라는 긴 우주의 역사 중 겨우 70~80년 동안만 살 수 있는 단 한 번의 인생이다. 

그런 소중한 인생을 우리는 송두리째 투자했다. 

개개인의 행복을 상납해 이제야 겨우 1차 산업혁명을 이루었다는 말이다.

피곤하고,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웃음이 없다. 2015년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쉬고 싶고, 어딘가로 탈출하고 싶다. 남들보다 200년 늦게 출발해 죽도록 달렸으니 이제 쉬고 싶은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아니, 이제 쉬고 즐기는 것이 사실 정답이다. 하지만 역사에 '정답'이란 무의미하다. 

세상은 정(情)도, 자비도 없으며 "봐준다"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제야 첫 게임을 끝냈지만 세상은 이미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또다시 새로운 산업혁명을 시작하고 있다. 

우리는 겨우 도착했는데 다들 또다시 떠나고 있다는 말이다.

쉬고 싶지만 다시 한번 뛰어야 하고, 놀고 싶지만 또 한번 공부해야 한다. 왜 그래야 할까? 

우리 조상의 게으름과 무식이 한반도 200년 불행의 시작이었던 것같이 

2015년 우리가 인공지능 기반의 2차 산업혁명을 인식하고 준비하지 못한다면 

다시 한번 긴 비극의 역사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조상들은 아무것도 몰랐기에 준비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적어도 안다. 

알고도 준비하지 못한다면 모르고 준비하지 못한 우리 조상들보다 더 큰 역사적 죄(罪)를 짓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