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北韓消息

“잊혀진 ‘대륙의 꿈’… 친선특급으로 되살릴 것”

바람아님 2015. 7. 23. 09:26

 

동아일보 2015-07-17

 

[준비해야 하나 된다/통일코리아 프로젝트 3년차]
유라시아 친선특급 단장 김창범 외교부 본부대사


유라시아 친선특급 단장인 김창범 외교부 본부대사가 1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하바롭스크로 향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 객실에 앉아 포즈를 취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꿈을 이루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입니다.”

‘유라시아 친선특급’ 단장(블라디보스토크∼베를린 구간)인 김창범 외교부 본부대사는 16일 “친선특급은 대한민국이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분단 이후 70년간 한반도를 지나 대륙으로 향하는 통로는 잊혀졌고, 대한민국은 ‘섬 아닌 섬’처럼 남았다”고 강조했다. 한반도가 대륙과 철도로 연결되면 상당한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고 유럽과도 진정한 하나의 대륙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끊어진 고리’인 북한 구간. 14일 친선특급 참가자들과 함께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온 김 대사는 “‘남북한 종단철도로 이동하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이는 친선특급 참가자들 상당수가 공감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를 염두에 둔 듯 그는 “친선특급은 젊은 세대가 가진 유라시아 대륙, 북한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분단 전 대륙으로 향하던 선조들의 길을 되짚어보면서 언젠가 다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과 꿈을 갖자는 것이다.

김 대사는 또 “친선특급은 유라시아 공동체 속에서 한반도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친선특급은 러시아, 폴란드, 독일 등 5개국을 돌며 철도·해운·학술 교류와 관련된 세미나를 개최하는 만큼 새로운 방향을 생각하는 자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2012년부터 3년간 주벨기에·유럽연합(EU) 대사를 지낸 김 대사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 행사 참가를 말씀드리자 아버지께서 ‘젊은 시절부터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동경해 왔다’고 하셨다”며 “대장정 과정에서 마주친 풍경과 만난 사람들의 얘기를 가장 먼저 아버지에게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민간 외교사절’인 국민 참가단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19박 20일의 고된 여정을 앞두고도 긍정적인 자세를 보여주는 젊은 참가자들에게 놀랐다는 그는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15일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한 열차가 하바롭스크로 향하는 동안 일부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모여 밤늦도록 자기소개를 하는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김 대사는 19일 이르쿠츠크에서 개최되는 ‘유라시아 대축제’의 한-러 친선 축구경기에 국민 참가단과 함께 직접 뛸 예정이다.

김 대사는 “언젠가 북한을 거쳐 베를린으로 가는 열차 티켓을 서울에서 구매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친선특급 원년 멤버로서 꼭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