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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근로 의욕 사라지는 한국, 미래가 불안하다

바람아님 2015. 11. 27. 00:45
연합뉴스 2015-11-26

일벌레로 유명했던 우리 한국인들의 노동 의욕이 세계 최하위권에 속한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내놓은 '2015 세계 인재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노동자들의 노동 의욕이 61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54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와 슬로베니아 등과 더불어 하위권에 머물렀다.

우리 노동자들의 근로 의욕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헝그리 정신'이 사라지고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자리가 보장되기 때문이라는 분석과 노동시스템의 불공정성 때문이라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성과에 대한 차등이 없어 열심히 일할 동기를 유발하지 못하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가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1997년 말의 외환위기 이후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승자 독식의 신자유주의로 계층 상승의 사다리가 없어진 것도 한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하면서 열심히 일해 돈을 벌어도 중산층으로 자리 잡는 것이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가 배출한 뛰어난 인재들이 국내에 정착하지 못하고 좋은 일자리를 찾아 끊임없이 외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에서 취업하면 연봉도 높고 앞선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이나 연구소의 연구개발 수준이나 처우는 미흡하다. 선진국에 비해 야근도 잦고 고용도 불안하다. 이에 반해 미국이나 중국 등은 세계 각국의 고급 두뇌를 확보하기 위한 파격적인 정책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한국은 자본이나 변변한 지하자원도 없이 오직 인재 양성으로 고도성장을 구가해 '한강의 기적'을 창출했다.


근로 의욕이 떨어지고 고급 두뇌의 유출이 가속하는 원인이 어디 있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지면 한국 경제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재의 유출은 국가 경쟁력의 퇴보를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필요하다. 기존 산업을 고도화하고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고급 두뇌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와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 게 정부가 공을 들이는 창조경제다. 정부와 정치권, 기업들이 합심해 근로자들에게 일할 의욕을 북돋고, 고급 인력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산업 생태계를 혁신하는데 총력전을 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