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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베트남 정글 속 모의훈련

바람아님 2015. 11. 27. 09:09

(출처-조선일보 2015.11.27 진주현 미 국방부 DPAA 연구원·인류학 박사)


진주현 미 국방부 DPAA 연구원·인류학 박사지난 여름, 나는 미군 10여 명과 함께 베트남 정글에서 50년 전 추락한 미군 헬기 조종사 유해를 찾고 있었다. 발굴 도중 군인 하나가 소리를 지르며 넘어졌다. 옆에 있던 군인이 큰 소리로 간호장교를 불렀고 나머지 팀원들도 하던 일을 멈추고 달려갔다. 간호장교는 우리에게 들것과 응급처치 장비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야말로 우왕좌왕했다. 들것이 어디 있는지, 어느 배낭에 의료품이 들어 있는지 헷갈렸다. 최대한 서둘렀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다.

물건을 챙겨 헐레벌떡 현장으로 뛰어갔다. 다친 병사의 표정이 괜찮아 다행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모의 훈련'이란다. 평소 안전 훈련을 받아본 적 없던 나는 여기서 훈련이 끝난 줄 알았다. 그런데 간호장교는 여전히 심각한 얼굴로 응급처치 도구를 꺼내 머리에 붕대를 감았다. 정글에 고립돼 있으니 헬기를 부르라는 말도 덧붙였다. 연락병이 할 일인데, 다친 병사가 연락병이었다. 누가 대신 어디다 연락을 해야 하는지 몰라 또 한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병사를 들것에 싣고 헬기 착륙 지점까지 올라가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4명이 한 조가 되어 들것을 들었는데 경사가 심해 자칫하다 넘어지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른쪽 앞에 있는 사람 구령에 맞추되 힘이 들면 교대하면서 겨우 산꼭대기까지 올라갔다. 헬기가 오지 않은 것만 빼고는 모든 게 실제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모두 함께 훈련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일사일언] 베트남 정글 속 모의훈련
발굴 작업만으로도 힘든데 이렇게까지 모의 훈련을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치면 어떻게 하라고 일러주면 되지 않을까. 
만약 그랬다면  실제 상황이 닥쳤을 때 우왕좌왕하다 골든타임을 놓쳐 인명 사고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확실히 제대로 연습했더니 응급 상황 단단히 대비할 수 있었다.

사고가 나면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는 건 너무도 많이 듣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에 대비한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실제 상황에서 침착하게 초기 대응을 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깨닫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