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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96] 게임이론의 상대성

바람아님 2013. 12. 12. 09:52

(출처-조선일보 2011.01.31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행동생태학)


대한민국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에게서 우리 선원들을 구출해냈다.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기지와 특수전여단(UDT/SEAL)의 '아덴만 여명 작전'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완벽한 '한판승'이었다. 그동안 소말리아 해적에 끌려다니던 우리 정부가 마침내 강공으로 선회한 과정은 경제학이나 정치학 등 사회과학과 진화생물학 분야에서 사용하는 게임이론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이번 상황은 갈등 게임의 가장 간단한 종류인 '매-비둘기 게임(hawk-dove game)'에서 매의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선원들의 안전을 우려하여 번번이 해적들과 협상하며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는 비둘기 전략을 써왔다. 아직 석해균 선장의 생사도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초미지급(焦眉之急)의 순간에 만일 조준사격이 빗나가 오히려 해적의 로켓포에 맞았을 경우를 상상해보면, 이번 매 전략의 채택에는 상당한 위험부담이 있었다.

진화생물학의 매-비둘기 게임을 사회과학자들은 흔히 '겁쟁이 게임(chicken game)'이라 부른다.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제임스 딘은 동네 건달과 자동차를 몰고 벼랑 끝으로 질주하는 게임을 한다. 두려움을 견디지 못해 먼저 차에서 뛰어내리면 영영 겁쟁이로 낙인이 찍힌다. 처음부터 해적과 협상을 거부하고 강력하게 응징했던 러시아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겁쟁이 이미지를 지녔던 우리나라가 이번 작전으로 체면을 되찾았다.

하지만 나는 자못 우쭐해 있을 우리 정부에 이제 신중을 요청하련다. 게임이론은 철저하게 '상대성' 이론이며 북한은 소말리아 해적과는 전혀 다른 상대이기 때문이다. 쿠바 미사일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맥나마라 국무장관에게 흐루쇼프 역을 맡기고 실전에 방불한 상황 게임을 수없이 반복하며 소련의 전략을 읽어냈다. 한편, 이란 정부가 미국대사관 직원들을 인질로 억류했을 때 카터 대통령은 자신의 게임 상대인 호메이니를 그저 강력한 정치 지도자쯤으로 오판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본래 종교 지도자인 그는 이란 국민의 순교 따위는 두려워할 필요조차 없는 전형적인 매였음을 끝내 몰랐던 것이다. 김정일·김정은 부자가 진정 매인지 아니면 매인 척하는 비둘기에 불과한지 신중하게 분석하며 '대북 게임'에 임해야 한다.



===================================<읽고난 게시자의 의견>================================

우리 (사회, 남북, 아시아) 문제는 게임이론 만으로는풀수 없는 복잡계에 해당되는 사회로 보입니다.


각주 : 복잡계 [complex systems, complexity system, 複雜系] :

  • 자연계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구성성분 간의 다양하고 유기적 협동현상에서 비롯되는 복잡한 현상들의 집합체로 자연과학, 수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되고 있다. 복잡계에서는 어느 장소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이 그 주변에 있는 다양한 요인에 작용을 하고, 그것이 복합되어 차츰 큰 영향력을 갖게 됨으로써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난 사건의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