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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 파고다]1-① 지금의 나는, 미래의 너다

바람아님 2014. 1. 27. 12:02

 

[아시아경제 기획 씨리즈 - 김보경 기자, 주상돈 기자, 김민영 기자]

         아경 빅시리즈- 고령화의 자화상, 파고다 속으로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주상돈 기자, 김민영 기자]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600만명을 넘어서면서 노인인구 비율도 12%에 달합니다.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파고다 공원은 황혼기에 접어든 어르신들의 보금자리가 된 지 오래입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이곳에 할아버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왜 일까요? 공원 밖과는 너무나 다른, 시간마저 멈춘 듯한 그곳은 차라리 외따로 떨어져 있는 섬과도 같습니다. 인근 종묘광장공원도 노인들의 희로애락이 서려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들 공원과 그 일대는 본격적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 사회의 노인문제, 일자리문제, 사회복지의 문제, 가족해체의 문제 등 사회 전반의 문제가 고스란히 투영되고 응축된 공간입니다. 우리의 오늘이자 내일인 셈이죠.

아시아경제는 오늘부터 노인 기획 '그 섬, 파고다'를 싣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저마다의 삶의 궤적으로 살아온 할아버지들과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통해서 오늘 우리 사회 고령화의 현주소와 이로부터 파생된 복잡다단한 구조적 문제를 짚어볼 요량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기획취재팀>


 
① 팔각정 : 한가운데서 공원 전체를 조망할 수 있어 할아버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쉼터다.
② 커피자판기 : 공원 후문 밖에 있는 이곳은 할아버지들의 약속장소로 애용된다.
③ 이발소 : 하나같이 '이발 3500원, 염색 5000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이고 14곳이 성업 중이다.
④ 음식점 : 공원 뒤쪽엔 2000원짜리 해장국과 1000원짜리 잔술을 파는 식당이 즐비하다.
⑤ 무료급식소 : 매일 낮 12시 어르신들에게 공짜 점심을 제공하는데 한 시간 전부터 할아버지들의 긴 줄이 늘어선다.
⑥ 실버영화관 : 2000원에 고전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이곳에서 어르신들은 문화생활을 즐긴다.
⑦ 포장마차 : 공원 동문 밖 공터에는 오후 2~3시께 문을 여는 포장마차 10여개가 밤늦도록 할아버지 손님을 받는다.

◆파고다 공원은…

파고다 공원은 우리나라 도심 공원의 효시다. 국운이 바람 앞의 촛불 같던 시절 대한제국의 고종은 이곳에 팔각정을 세우는 등 이를 통해 황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다. 정확한 건립 시기를 두고 여러 말이 있지만 1890년대 영국인 J.M. 브라운의 건의로 지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1만5720㎡(4755평)의 면적은 당시 시민들의 휴식처로 사랑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을사늑약(1905년) 이후 일제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연회공간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후에는 요정이 들어서 술집 앞마당이 되기도 했다. 이후 일본 조선주차육군군악대의 연주회가 열리는 등 통감부 관료들과 일본인들이 즐기는 연회장이 사용됐다. 일제의 놀이공간으로 전락했던 공원은 1919년 민족대표를 대신한 학생들의 독립선언서 낭독 이후 3ㆍ1운동의 점화지가 됐다. 이 탓에 공원은 1년간 폐쇄됐었다. 이후에도 일제는 민중들의 상징적인 저항공간이 된 파고다 공원을 폐쇄하거나 통제하기 일쑤였다.

현재 파고다 공원의 정식 명칭은 '서울 탑골공원'. 이전에는 탑공원·탑동공원 등으로 불렸다. 공원 자체가 사적 제354호 지정돼 있고 원각사지십층석탑(국보 2호)과 대원각사비(보물 3호) 등 문화재와 3·1운동 기념탑·손병희 선생 동상·한용운 기념비 등 독립운동 기념물들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