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키신저도 동북아 軍충돌 경고.. 1차대전前 유럽과 정말 닮았나

바람아님 2014. 2. 4. 11:31
    "현재 아시아는 19세기 유럽의 상황과 흡사하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70년대 '핑퐁 외교'를 통해 미·중 정상회담을 이끌어냈던 헨리 키신저(90) 전 미국 국무장관이 "중·일 관계의 긴장 국면이

격화하면서 전쟁이라는 유령이 아시아를 배회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1일(현지 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안보회의 석상이

었다.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달 현재 중·일 관계를 "1차 대전 전(前) 독일·영국 관계와 유사하다"고 언급해

파문을 일으켰다.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인 올해, 세계 지도자와 학자들은 무력 충돌 우려가 큰 지역으로 일제히 동북아를 꼽고 있다. 이들은

최근의 중·일 관계와 1차 대전 직전의 영·독 관계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고 지적한다. 19세기 후반 식민지 확대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독일은 기존 열강들과 세계 곳곳에서 충돌했다. 발칸반도에서는 독일의 '범(汎)게르만주의'와 러시아의 '범슬라브주의'가

격돌했다. 중동·아프리카에서는 독일의 '3B 정책(베를린·비잔티움·바그다드를 잇는 철도 부설)'과 영국의 '3C 정책(콜카타·카이

로·케이프타운을 연결하는 식민지 건설)'이 부딪쳤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는 것과 흡사하다. 중국은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주석 취임 이후 '주동작위(主動作爲·해야 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를 대외 정책으로 내걸었다. 1980년대 대외

전략인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에서 적극적으로 바뀐 것이다. 2007년 집권 당시 '아름다운

일본'이란 슬로건을 내건 아베 일본 총리도 지난해 신년사부터 '강한 일본'을 주창하고 있다.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논설위원은 "시 주석과 아베 총리 등 강력한 민족주의 지도자들이 동시에 집권해서 파멸적 갈등을 초래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국방비 증가도 1차 대전 직전의 '군비 경쟁'을 연상케 한다. 1900년 독일의 해군 군사력은 영국과 비교하면 3.7대1 규모였다.

하지만 독일은 1차 대전이 발발한 1914년에는 영국을 2.1대1까지 추격했다. 1910년부터 4년간 독일의 국방비는 73%, 영국은

13% 증가했다. 지난해 중국의 국방비는 전년 대비 10.7% 올라 7406억위안(약 134조원)을 기록했다. 미국(6124억달러·665조

원)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한다. 마거릿 맥밀런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도 "중국의 국방비 증가를 보면 현재의 미·중 관계를

한 세기 전의 영·독 관계와 비교하는 것은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도 올해 방위 예산을 2.8% 인상한 4조8870억엔(약

52조원)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제국주의 시대였던 100년 전과 지금을 그대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견해도 설득력이 있다.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교수는 ▲핵 억지력이 있고 ▲미·중 간에 군사·경제력 격차가 크며 ▲에너지·금융·환경 등 상호 협력 필요성이 점점 커진다는

점을 들면서 "기존 강대국인 미국과 신흥 강국인 중국이 충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100년 전 이미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미국이 대전 발발 직전까지 유럽에 간섭하지 않는 '고립주의'를 고수했지만, 지금은 적극적으로 중재와 견제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차이다.

급부상하는 중국이 미국과의 마찰을 피하고 있는 점도 다르다. 지난달 시진핑 주석은 해외 매체 인터뷰에서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투키디데스 함정이란 고대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대해 '패권국

과 신흥 강국은 싸우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한 데서 나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