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1000년간 땅속 묻혔던 신라 역사가 깨어난다

바람아님 2014. 12. 12. 10:55

(출처-조선일보 2014.12.12  경주=허윤희 기자)

경주 月城, 12일부터 발굴 시작

"엄청난 게 나올 겁니다. 기대하세요. 20~30㎝만 땅을 파도 유구와 유물이 쫙 깔려 있을 거예요."

11일 경북 경주시 인왕동 경주 월성(月城·사적 제16호) 석빙고 앞. 박윤정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이 장담했다. 
"지하 레이더 탐사 결과, 석빙고 뒤쪽으로 도로가 나 있었고 정문으로 추정되는 북문이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가 왕궁 정전(正殿)이 아니었을까 추정하고 있어요."


	경주 월성 원경 사진
신라 천년 왕성인 경주 월성(사적 제16호) 내부가 처음으로 발굴된다. 
사진은 경주 월성 원경. /문화재청 제공

1000년간 땅속에 묻혀 있던 신라 역사가 깨어난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이날 월성에서 현장설명회를 열고 

"신라 천년 왕성인 경주 월성 내부를 최초로 본격 발굴한다"고 밝혔다. 

10년 동안 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발굴 조사다. 

12일 오후 2시 고유제를 시작으로 발굴이 시작된다. 

월성은 신라 건국 초기부터 멸망할 때까지 지속된 '천년 왕성'. 

제5대 파사왕 22년(101)에 건설돼 경순왕 9년(935)까지 왕성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월성 전역을 A~D 4개 구역으로 구분하고 

1차로 내년 12월 31일까지 중앙부인 C구역을 우선 발굴한다. 

지하 레이더 탐사 결과 이곳에 왕궁 중심 건물로 추정되는 대형 건물터와 연못터 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1차 조사 면적은 5만7000㎡. 

연구소는 "내년 3월까지 시굴조사해서 건물·도로터 등 유적이 확인되면 본격 발굴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월성은 일제강점기 때 처음 성벽 일부를 조사한 이후 지금까지 성 주변의 해자(垓子·성 주변에 둘러 판 연못), 

건물터만 발굴해 왔다. 1915년 일본 고고학자 도리이 류조(鳥居龍藏)가 월성 서쪽의 남쪽 성벽을 발굴해 

멧돼지 이빨, 사슴뿔, 토기 조각 등이 출토됐다. 

1970년대 초 박정희 전 대통령이 월성 내부 발굴을 추진했으나 신중론이 제기되면서 중단됐다. 

이후 동문지 발굴(1979~1980), 해자 발굴(1985~2014), 지표·지하 탐사 등 기초 조사만 해왔다.

월성 발굴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정수성 새누리당 의원 등 경주 지역에선 "민간 발굴기관을 대거 투입해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경주시민의 뜻"이라고 나섰고, 

한국고고학회 등 11개 학회는 "국가기관이 책임지고 발굴해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문화재계 전문가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체계적인 발굴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전담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발굴·연구 인력이 빈약하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최맹식 연구소장은 "우선 시굴 조사를 진행하면서 내년에 인력을 확충할 계획"이라며 "

1차 발굴 조사 결과를 토대로 향후 본격적인 발굴과 복원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