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깨알지식] 고대·중세 갑옷 입은 터키 '16인의 전사'란?

바람아님 2015. 1. 18. 11:14

[조선일보 2015-1-17 일자]

  

지난 12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터키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트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한 뒤 찍은 환영행사 사진이 화제다. 악수하는 두 지도자 뒤로 고대·중세 시대를 연상시키는 전사 옷차림을 한 남성 16명이 두 줄로 도열해 있기 때문이다. 이 '16인의 전사'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이들은 1923년 터키 공화국이 수립되기 전까지 터키 역사에 등장했던 16개 제국(16 Great Turkish Empires)을 상징한다. 터키인의 근간을 이루는 튀르크족은 수천년 동안 아시아·유럽에 걸쳐 100여개의 크고 작은 나라를 세웠다. 이 중 가장 번성했던 16개 나라를 터키 역사의 주역으로 앞세운 것이다. 16개 제국에는 '흉노(匈奴)와 동일 명칭'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훈 제국, 셀주크 제국, 오스만 제국 등 고대에서 근대까지 존재했던 나라들이 포함돼 있다. 튀르크족이 현재의 터키 땅에 정착한 것은 11세기 전후로 추정되는데, 그보다 앞선 시기에 중국·중앙아시아 일대에서 건립돼 흥망했던 나라들까지 아우르며 터키 역사의 유구함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터키 대통령의 표장 역시 16개 제국을 상징하는 16개의 별로 이뤄져 있다.

'흉노'가 어떻게 터키의 선조가 되는 걸까? 1세기 중국 한나라와의 세력 다툼에 밀려 서쪽으로 쫓겨간 흉노의 일부가 '훈'이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터키 역사가들도 '훈'과 '흉노'를 동일시한다. 훈족이 중앙아시아 일대에 제국을 세웠고 주로 서쪽으로 계속 이동했다는 점 등으로 인해 튀르크계일 가능성을 높게 본다. 터키에선 훈 제국을 '사료에 기록된 첫 튀르크 국가'로 가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