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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아베 방미에 한국은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바람아님 2015. 4. 24. 09:58
중앙일보 2015-4-24

최근 한·일 관계가 좋지 않다. 하지만 통념과 달리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28~29일 워싱턴 방문은 한국의 장기적인 국가 이익과 부합되는 면도 있다. 일부 측면은 한국 정부를 아마도 실망하게 할 것이지만, 한국에 유리한 미·일 간의 합의도 나올 것이다.

 우선 안보 어젠다를 살펴보면, 미국과 일본은 아베 총리가 워싱턴에 도착하기 하루 전에 미·일 방위협력지침의 수정을 완료할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새 지침은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가 될 것이다. 한·미 동맹과 달리 미·일 동맹은 '연합'과 '합동'의 요소가 결여됐다. 수십 년 동안 일본 정부는 만일의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일본 주둔 미군을 지원해야 할 그 어떤 의무도 떠맡지 않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1978년 일본 정부는 양국의 군사 협력을 규정한 지침 개정에 합의했다. 하지만 당시의 지침은 일본이 공격당하는 경우만을 상정했다. 20년 후 양국은 지침 수정에 다시 합의했다. 지침의 대상은 "일본 안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일본을 둘러싼 지역의 사태"가 됐다. 미국 측은 특히 한반도에서 긴급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일본이 어떻게 미국의 대응을 지원할 것인지 계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한국 정부는 98년의 미·일 방위협력지침 수정을 환영했다. 새로운 접근법은 한국 방어를 위해 일본 주둔 미군을 이동시키는 능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 [일러스트=김회룡]


↑ 마이클 그린/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

 
하지만 새 지침에도 한계가 있다는 게 드러났다. 일본에는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데 필요한 법적인 틀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아베 내각은 유엔헌장이 모든 나라에 보장하는 집단적 자위권을 일본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양국 정부는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다시금 수정하기로 했다. 곧 아베 총리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침에 대한 새로운 합의를 자축할 것이다. 한국 독자들이 알아야 할 것은 새 지침이 한반도 안보를 여러 중요한 측면에서 강화할 것이며 그 어떤 새로운 리스크는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베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은 또한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을 위한 협상 과정이 거의 종료 단계라는 것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양국이 협상 종료를 선언할 가능성은 작다. 왜냐하면 미국 의회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무역촉진권한(TPA)를 부여하기 전에 일본 정부가 농업 등 민감한 부문의 자유화에 대해 최상의 제안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가 미국에 오기 전에 오바마 대통령이 TPA를 확보하게 될 가능성은 없다. 하지만 미국 의회의 고참 의원들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일본으로 돌아간 후 수주 내로 TPA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확률이 60%는 된다. TPA 법안이 통과되면 TPP를 위한 미·일 합의가 수월해질 것이다. 11개 TPP 협상국은 최종 합의에 도달할 것이며, 연말까지 TPP가 비준될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KORUS) 때문에 모든 사람이 TPP의 첫 번째 새 가입국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일부 예측에 따르면 한국은 매년 수천억 달러에 달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게 된다. 또한 한국 정부는 중국과 무역 협상을 하는 데에도 엄청나게 유리하게 된다.

 매체들이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사안이 있다. 아베 총리가 워싱턴에서 위안부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문제다. 이 주제에 대해 아베 총리가 다음주에 많은 말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은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의 관점은 아베 총리가 미 의회에서 연설하고 각종 모임에 참석하는 이유는 미·일 동맹의 성과를 축하하기 위해서다. 일본과 이웃 국가들 간의 이슈를 해결하는 게 아니다. 미국 의회나 행정부의 분위기도 일본의 관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미국 의회와 행정부의 핵심 지도자들은 아베 총리가 이웃 나라들 특히 한국이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 어느 정도는 언급하고 관계 개선 의지도 보여줘야 한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보내고 있다. 일본은 미국에 꼭 필요한 동맹국이다. 한데 한·미·일 3각 협력이 중단돼 미국의 국익 추구는 차질을 겪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주 미·일 정상회담을 지켜볼 미국인들에게 한·일 관계는 매우 중요한 어젠다 항목이다.

 뉴욕타임스(NYT) 같은 매체들은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을 비난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연설을 환영하는 매체들도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베 정부에 대한 미국 엘리트의 견해는 이념에 따라 나뉘어져 있다. 미국인은 일반적으로 일본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물론 한국에 대해서도 매우 긍정적이다). 최근 시카고국제문제협회(CCGA)가 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일본을 세계에서 넷째로 가장 신뢰할 만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영국·캐나다·독일 다음이다. 일본에 대한 미국인의 신뢰도는 사실 아베가 총리가 된 다음에 더 높아졌다. 미·일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미·일 방위협력지침과 TPP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정치적으로 큰 승리가 될 것이다. 미 행정부는 정상회담의 결과로 한·일 관계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아베 총리의 방미가 한·일 정상회담과 한·미·일 협력 강화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렇게 될지 일주일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