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5.05.29 김성현 기자)
[美 유학 권위자 로저 에임스 하와이대 교수 내한]
東西洋 아우르는 비교 철학자
"상호의존적 존재인 동양 유학, 독단적 결정하는 개인주의에 '共存'이란 화두 던질 수 있어
반면 권위·緣故 중시하다 보니 여성 차별·정실주의, 경계해야"
반세기 전인 18세 때 그는 교환학생으로 홍콩에 가서 중국어와 한문을 공부했다.
―동양 철학을 공부한 서양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동서양 철학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서양 철학은 불변(不變)의 고정된 대상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변화를 거부하는 인식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세기에 이르면
서양에서도 하이데거와 데리다 등이 현상학과 후기구조주의 등 다양한 관점에서
기존의 존재론을 비판하고 반성하기에 이른다.
반대로 동양 철학에서 세상은 언제나 살아 꿈틀거리며 변화하는 것이다.
대상이나 사물도 그 자체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서 출발한다.
그렇기에 효(孝)나 인(仁) 같은 말은 서양에서 정확하게 번역되지 않는다.
유학은 서양 철학의 한계를 반성하고, 열린 사고의 장(場)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동양도 서구화하고 근대화한 지 오래다. 21세기에도 유학은 여전히 유효한 가치인가.
"물론이다. '개인이 모든 걸 결정하는 독립적인 존재'라는 개인주의의 근본 전제는 환상(fiction)에 가깝다.
기후 온난화와 환경 재앙, 식량난과 인구 증가, 테러리즘까지 현대 사회의 모든 문제는 협력에 기초해야만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상호의존적인 존재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존(共存)이나 공도동망(共倒同亡)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유학은
서구 개인주의에 대한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유학의 약점은 뭔가.
"권위와 위계질서를 강조하다 보니 여성 차별적인 측면이 존재할 수 있고,
연고(緣故)를 중시하다 보면 부패와 정실주의로 흐를 수 있다.
유학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도덕이자 가치이지만, 이런 약점은 비판적인 관점을 취할 필요가 있다."
―같은 유교 문화권이라고 해도 한·중·일이나 베트남에는 차이가 있는가.
"가족과 학교, 지역 같은 공동체를 근본적인 가치로 여기고, 개인이 아니라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점은 동아시아의 공통점이다.
반면 한국에선 외부에서 유입된 종교나 가치관에도 샤머니즘(shamanism)의 색채가 가미된다면,
일본에서는 조상이나 자연신을 숭배하는 신토(神道)의 영향력이 강하다.
베트남의 유교에는 불교 등이 자연스럽게 혼합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다.
유학을 전공하는 학자들이 모여서 이런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고 토론하는 '유교 문화권 연구 컨소시엄'을 추진 중이다.
하와이에서 예비 모임을 가졌고, 내년에는 베트남에서 총회를 연다."
―미국에서 유학을 공부하면, 동아시아에서 공부하는 것과는 어떻게 다른가.
"소동파(蘇東坡)의 시(詩) 중에는 '여산의 참모습을 알지 못하는 건, 다만 이 몸이 산 속에 있기 때문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이라는 구절이 있다. (그는 한자로 이 구절을 기자의 수첩에 써주었다.)
동양 철학이든, 서양 철학이든 하나의 분야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지적(知的) 전통과 비교하고 아우르는 관점을 얻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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