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1.09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
[김시덕의 종횡무진 인문학] 임형석 '중국 간독시대, 물질과 사상…'
'중국 간독시대, 물질과 사상이 만나다'
(임형석 지음, 책세상) 2002.04. 페이지194
무덤이 발굴되거나 도굴되면서 발견되는 문헌을 가리킨다.
규격에 맞춰 자른 대나무 조각(簡)이나 나무 조각(牘)을 이어 붙여 그 위에
글을 쓴 것이다.
이 간독(簡牘)을 여럿 이어 붙인 모습이 바로 책(冊)이라는 한자다.
공자가 '주역'을 열심히 읽어서 책을 묶은 끈이 세 번 끊어졌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 고사에 등장하는 책은 간독(簡牘)을 가죽끈으로 묶은 것이었다.
오늘날의 책보다는 확실히 잘 끊어졌을 것이다.
그런데 공자가 읽었던 '주역'은 오늘날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그런데 공자가 읽었던 '주역'은 오늘날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한나라 때의 무덤인 마왕퇴(馬王堆)라는 곳에서 음양사상에 입각해
질서정연하게 64괘가 배치된 '주역'과 일련의 주석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주역'을 끼고 골방에 틀어박히는 것보다 땅 속에서 나온 한나라 때 '주역'과
주석서를 연구하는 게 '주역'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20세기에 대량으로 발굴된 출토 문헌은 '주역'뿐 아니라 고대 중국 문헌에 대한 이해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바꾸고 있다. 이제까지 같은 책인 줄 알았던 '손자병법'과 '손빈병법'이 은작산의 한나라 무덤에서
함께 발견됐다. 모두들 의심 없이 읽었던 '노자 도덕경(道德經)'이 '덕도경(德道經)'의 형태로
마왕퇴에서 발견됐고, 곽점의 초나라 무덤에서는 '장자' 학파가 손대기 전의 모습을 담은
'노자'가 발견됐다. 현재 우리가 '노자 도덕경'을 이해하는 방식은 한나라 이후에 완성된 것이다.
출토 문헌을 통해 기존의 중국 고전을 재검토하는 연구가 전 세계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 독자가 접할 수 있는 주석서와 번역서도 많이 나왔다.
한국 학계도 출토 문헌을 깊이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일반인이 접할 수 있는 형태의 책은 많지 않은 듯하다.
볼륨은 얇지만 내용은 충실한 '중국 간독시대, 물질과 사상이 만나다'(임형석 지음, 책세상)는 중국 고전 연구의 최전선을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한 최적의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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