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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철의 히스토리아] [19] 르완다 대량학살 사건 이후

바람아님 2013. 8. 1. 08:49

(출처-조선일보 2009.08.07 서울대 교수·서양근대사) 


20세기 후반에 일어난 최악의 비극 중 하나가 르완다의 대량학살 사건이다. 1994년 4월부터 6월까지 약 100일 동안 후투족 정권의 정규군과 용병들이 소수 민족인 투치족과 정권에 저항하는 일부 후투족 사람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학살 과정은 차마 인간이 한 일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극악무도했다. 도살자들은 밀림 벌채용 칼로 희생자들의 사지를 절단했고, 여성들은 강간한 후 살해했다. 카게라강과 니야바롱고강에는 석 달 동안 밤낮으로 사람들의 머리와 수족이 둥둥 떠다니는 지옥 장면을 연출했다. 이 기간에 살해된 사람들은 80만명에서 100만명 사이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20%에 해당한다.


이 학살사건에는 두 부족 사이의 갈등을 부추긴 국제적인 공모가 개입되어 있다. 세계 여러 국가가 수년간 르완다 정부에 외채와 무기를 제공했다. 예컨대 1993년부터 1994년 사이에 중국은 이 나라에 50만점의 칼을 수출했고, 그 대금은 프랑스 정부가 빌려준 돈으로 지불됐다. 우간다로 피신해 있던 투치족 사람들로 구성된 르완다 애국전선(Rwandan Patriotic Front)군이 1994년 7월에 진격해 들어와서 전세가 역전되었지만 프랑스는 그때까지도 잔존해 있던 살인마 집단에 계속 무기를 공급했다. 최근에는 이웃 콩고민주공화국으로 쫓겨난 후투족 반군 일부가 진압 작전에 대한 보복으로 민간인 남성과 여성을 가리지 않고 강간하여, 이 지역이 '세계의 성폭행 중심지'가 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권이 바뀐 후 르완다 새 정부는 10억달러가 넘는 외채를 넘겨받았다. 어머니를 강간 살해하고 동생을 난도질해서 죽이는 데 사용된 칼의 구입 자금을 갚아야 한단 말인가? 정부는 부채를 무효화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국제통화기금과 세계은행이 주도한 채권단은 르완다를 재정적으로 고립시키겠다고 협박하면서 이 요청을 거절했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한 르완다의 가난한 농민들은 이제 동족을 죽이는 데 든 비용을 외국 은행에 갚느라고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제3세계의 후진국들을 절대빈곤의 구렁텅이에 몰아넣고 있는 '추악한 부채(dette odieuse)' 가운데에서도 가장 추악한 사례라 할 것이다. 


(참고-일본군의 대학살 사진)


(신기록 수립 후 기뻐하는 일본군과 신문)


간토대진재 84주기 기념행사 전시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