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국왕 장가보내기/임민혁 지음/336쪽·2만 원·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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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의 결혼은 로맨스와 낭만보단 엄격한 규칙과 심사를 거친 국가의 행사였다. 유교 질서를 따르는 조선답게 ‘국조오례의’ ‘경국대전’ 등 국법에서 규정한 절차에 의해 구혼 과정이 진행된다. 전국에 금혼령을 내리고, 딸이 있는 양반 가문에 자기소개서와 같은 ‘처녀단자’를 올리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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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실에서 행차 등을 할 때 탔던 가마의 한 종류인 사인교(四人轎). 글항아리 제공
하지만 최상위 권력층 간에는 왕비 쟁탈전이 벌어질 정도였다. 조선 중후기 권력의 핵심 세력이었던 서인은 국혼을 잃지 말자는 ‘물실국혼(勿失國婚)’이란 기치를 내걸기도 했다. 실제로 인조반정 이후 모든 조선 왕들은 왕비를 서인 계열(노·소론) 가문에서 선택해야만 했다.
특히 책에선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후궁의 결혼 과정에 주목한다. 첩 정도로 취급받았을 것이란 통념과 달리 후궁 역시 미래의 왕을 낳을 수 있는 후보로 여겨져 일정한 예를 갖춘 결혼 절차를 밟았다고 한다. 후궁을 들이면서 여색을 밝히는 게 아니라고 극구 변명한 중종, 어머니가 무수리라는 태생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후궁의 격을 높여준 영조까지 알려지지 않은 조선 왕들의 결혼에 관한 다양한 사례가 읽는 맛을 더한다.
유원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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