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7.05.01 선우정 논설위원)
역대 미국 대통령은 한반도를 잘 몰랐다. 무지(無知)했던 이도 여럿이다.
구한말 주한 미 공사를 지낸 알렌은 직(職)을 걸고 이런 대통령에게 항거한 첫 미국인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당시 대통령은 편견까지 심했다.
유능한 일본이 무능한 한반도를 지배해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을 견제해야 된다는 식이었다.
▶1903년 알렌은 루스벨트를 만나 안보, 경제 측면에서 왜 한반도를 포기하면 안 되는지 반박했다.
"이권(利權)을 싹쓸이하는 일본이 한반도를 가져가면 미국은 만주에서도 얻을 게 없다.
결국 미국은 태평양을 놓고 탐욕스러운 일본과 싸울 것이다." 정확한 통찰이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얼마 후 그를 해임했다. 그동안 일본이 주입한 편견이 대통령을 지배했기 때문이다.
▶트루먼은 6·25 참전을 결정해 한국을 구한 대통령이다. 하지만 한반도에 대한 지식은 깊지 않았다.
전쟁 후 일본을 군사·경제적으로 키워 동북아를 방어하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봤다.
한반도 안보를 부분적으로 일본에 맡기자는 것이다. 한반도 정서를 전혀 몰랐다.
'한국인들은 또다시 일본 지배를 받는 것보다 공산주의를 선호할 것.'
이승만 대통령은 이런 편지를 수없이 보내 한반도 사정을 설명했다. 한·미 동맹은 이런 노력의 결실이었다.
▶무지와 편견으로 한반도를 위기에 몰아넣은 미 대통령이 주한 미군 철수를 추진한 카터다.
그때 미국엔 강직한 군인이 많았다.
싱글러브 주한 미군 참모장은 "정책 입안자가 낡은 정보 속에 묻혀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대통령이 한반도 사정을 모른다는 것이다. 카터는 그를 해임했다.
참다못한 박정희 대통령은 정상회담 도중 카터에게 일방적 '안보 강의'를 했다. 카터는 옆자리 국무장관에게 '이 사람이
2분 내 입을 닥치지 않으면 방에서 나가겠다'는 쪽지를 건넸지만 강의는 30분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미 대통령은 세계를 상대한다. 그런 미 대통령이 한반도와 한국을 모른다. 솔직히 탓할 수도 없다.
한국에 대해 배운 적도 없었고 가르칠 것도 없었다.
6·25 때 한국에 온 미 장군들은 '인분 냄새만 진동하는 이곳을 왜 지켜야 하느냐'고 했다. 아쉬운 쪽이 설득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미 대통령의 무지를 편견으로 만들어 반사이익을 보려는 세력이 끼어든다.
구한말 때 그 공백에 일본이 끼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지식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그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를 돌아봐야 한다.
외교관의 자질, 친한(親韓) 인사들의 질과 양….
가장 중요한 건 물론 새 대통령의 역량이다.
'時事論壇 > 國際·東北亞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도-파키스탄 핵갈등 '일촉즉발' (0) | 2017.05.05 |
---|---|
러 "北 핵보유국 지위 인정못해..안보우려 관련국이 해소해줘야" (0) | 2017.05.04 |
[태평로] 韓美 동맹 뒤에서 무장해제 된 대한민국 (0) | 2017.04.21 |
"칼빈슨함 이미 한반도 주변 해역 들어왔다" (0) | 2017.04.16 |
고르바초프 "국제 정세 신냉전 징후 뚜렷" 경고 (0) | 2017.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