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으면 3쪽, 길면 8쪽… 성석제의 '손바닥소설' (조선일보 2017.06.17 정상혁 기자)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 성석제 손바닥소설 | 문학동네 | 284쪽 | 1만3000원
너무 두껍지 않은가. 독서가 버거운 독자를 위해 이 장편(掌篇)이 나온 것인지 모른다. 짧은 건 3쪽, 길어야 8쪽. 능청에 능통한 저자가 2007년과 2010년 냈던 책의 일부와 최근 쓴 미발표작 등 55편을 묶었다. 단기 4350년, 그러니까 2017년 시골마을 고요리를 배경으로 '특별히 멋을 내다'는 시작된다. 고요를 깨고 16년 만에 치러진 이장선거. 치열한 인신공격(선거운동) 끝에 투표가 시작되고, 기호 1·2번 두 후보의 동점 상태에서 마지막 표가 개표된다. 종이엔 '1' 혹은 '2' 혹은 '그'로도 해석될 수 있는 해괴한 글씨가 적혀 있다. 그러니 말(글)장난은 이 소설의 핵심. 게자리 별자리를 지닌 남자의 게요리 편력기 '게를 먹는 게 맞는 게 아닌 게요?'는 그런 의미에서 웃기는 글이다. 차원을 한 단계 넓히는 '업은 아기 3년 찾기' 같은 글도 있다. 치매 걸린 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신 지 3개월째, 남편과 아내도 정신이 깜빡깜빡한다. 전화기를 못 찾아 딸에게 전화했는데 찾고 있던 그 전화기로 전화하고 있던 아내. 그 얘기를 듣던 어머니가 말문을 여신다. "그러길래 옛날부터 업은 아기 3년 찾는다는 말이 있지요." "예에?" "늙은 어미 때문에 자네들이 무척이나 고생한다는 말일세." 출판사가 작성한 책 띠지 문구는 '책장이 채 넘어가기 전에 당신은 웃거나 울게 될 것이다!'라고 호기롭게 주장하고 있는데, 사실 그 정도는 아니다. 다만 책장이 다 넘어간 다음에 당신은 독서를 좋아하게 될 확률이 높다. |
원고지 100장→50장→20장… '손바닥 소설'이 쏟아진다 (조선일보 2017.02.08 정상혁 기자) 조경란·김솔·성석제 등 초단편집 줄줄이 출간 "소셜미디어 단문에 익숙해져 독자들이 점점 긴 글 외면" 소설(小說)보다 더 작은 소설. 세 쪽, 길어도 열 쪽 안팎의 소설. 소설가 김솔(44)씨는 1일 '짧은 소설'이라는 문패를 달고 단편집 '망상, 어'를 냈다. 굴착기 제조 회사에 다니며 틈틈이 쓴, 말 그대로 짧은 소설 36편을 모은 소설집이다. "짧은 건 앉은 자리에서 3시간 내에 다 썼어요. 길어도 하루 안에는 끝냈죠." 소설이 짧아지고 있다. 단편보다 더 짧은 '초단편'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00자 원고지 20장 내외다. 지난해부터 소설가 이기호(45)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구자명(60)의 '진눈깨비', 조경란(48)의 '후후후의 숲', 최민석(40)의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 안영실(58)의 '화요앵담', 한국미니픽션작가회 '거짓말을 삽니다' 등 초단편집이 줄줄이 출간됐다. 성석제(57) 역시 이달 말쯤 초단편집을 낸다. 이 책을 내는 출판사 문학동네 관계자는 "소셜미디어 등으로 인한 단문(短文) 학습 탓에 독자들이 점점 긴 글을 외면한다"면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라도 짧게 여러 편을 쓰는 게 유리한 만큼 앞으로 '초단편'이 유망 장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초단편은 '미니 픽션' '손바닥 소설' '엽편 소설' 혹은 스마트폰 환경에 적합하다고 해 '스마트 소설'로도 불린다. 20세기 초 중남미에서 시작돼 보르헤스 등 세계적 작가들이 작품을 남겼는데, 한 줄짜리 극단적 분량도 있다. 내년쯤 테마별 초단편을 준비 중인 조경란씨는 "보통 소설에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단계가 있다면 초단편은 이 중 하나만 떼서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짧다 보니 이미지나 즉물적 느낌이 강해 형식도 자유롭고, 단편과 중·장편으로의 확장도 용이하다. 안영실씨는 "원고지 15장짜리 '늑대가 운다'를 100장짜리 단편으로 가공해 발표할 예정이고, 이후 중·장편도 계획 중"이라며 "확장과 편집의 가능성이 큰 장르"라고 말했다. 소설의 소규모화는 출판계 전반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5년 전쯤만 해도 장편의 기준이 1200장 정도였는데 요새는 800장 이하로 내려갔고, 단편도 100장에서 80장, 30~50장 수준으로도 내려가고 있다"면서 "왜 소설의 분량이 규격화돼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었다"고 말했다. 신진 문예지가 특히 적극적이다. 은행나무 출판사가 내는 격월간 '악스트'는 중견 소설가 강석경·구효서·함정임·윤대녕 등의 초단편을 싣고 있다. 소설가 정이현도 최근 30장짜리 초단편 연재를 시작해 한 권의 책으로 묶을 예정이다. 민음사의 '릿터' 역시 커버스토리에 대한 짧은 소설인 '플래시 픽션' 코너를 운영 중이다. '현상의 강렬한 단면을 보여주려는 기획'으로 데뷔 10년 이내의 젊은 작가에게 15장 정도의 글을 청탁한다. 문학평론가 조재룡 고려대 교수는 이 같은 분량파괴에 대해 지난 1월 '한국문학' 최신호를 통해 "이 모두 삶의 양식과 사유의 반영이자 생각의 산출이자 실천이며 발명 자체"라고 분석했다. 조 교수는 "장르별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분량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장르의 분열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 추세대로라면 소설은 더 짧아질 것이며 장르에 대한 개념도 점차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당신의 리스트] 소설가 조경란의 '짧고 굵은' 손바닥 소설 5 (조선일보 2016.07.30) 장편(長篇)이 아니라 장편(掌篇)이다. 책 안 읽는 시대, 이야기는 짧아져야 한다. 최근 원고지 10매 안팎의 초단편 소설 31편을 묶어 '후후후의 숲'을 낸 소설가 조경란씨가 시간 없는 독자들을 위해 손바닥 소설 추천작을 추렸다. 읽는 시간은 짧아도 기억은 오래 남을 것이다. 손바닥 소설/ 가와바타 야스나리 유숙자/ 문학과지성사/ 301p/ 2010 833.6-ㄱ176소/ [정독]어문학족보실(2동1층) 재미나는 인생/ 성석제 지음 강/ 189p/ 1997/ 813.6-ㅅ356ㅈ/ [정독]어문학족보실서고(직원에게 신청) 밤의 거미원숭이/ 무라카미 하루키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문학사상사/ 199p/ 2003 833.6-ㅁ666밤/ [정독]어문학족보실서고(직원에게 신청)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팀 버튼 윤태영/ 새터/ 125p/ 1999 843-ㅂ748구/ [정독]어문학족보실서고(직원에게 신청) (프란츠 카프카 외 23인의)환상동화/ 프란츠 카프카 김재혁/ 하늘연못/ 339p/ 2007 853-ㅎ721ㅎ/ [강서]문학실 후후후의 숲 : 조경란 짧은 소설 저자 조경란/ 스윙밴드/ 2016/ 199 p. 813.7-ㅈ578ㅎ/ [정독]어문학족보실(새로들어온책)/ [강서]3층 어문학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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