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時流談論

[경제교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사회자유주의는 무엇인가요?

바람아님 2017. 6. 21. 08:54
서울경제 2017.06.20. 11:38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국가비전연구실 실장

지난 5월 프랑스는 새로운 대통령으로 에마뉘엘 마크롱을 선택했습니다. 그가 이끄는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는 6월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둬 마크롱 대통령의 개혁은 더욱 강하게 추진될 전망입니다. 이처럼 상당 수의 프랑스인들이 마크롱 대통령을 선택하고 그에게 힘을 실어준 이유는 바로 일자리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지난 금융위기 이후 유럽 국가들 중에서 가장 부진한 회복세를 보인 국가 중 하나였습니다. 생산성 향상을 뛰어넘는 임금인상으로 인해 독일보다 노동비용이 50%가량 높아지면서 일자리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반면, 독일은 슈뢰더 총리의 하르츠개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고 저렴한 노동비용과 높은 생산성을 이뤄내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2016년 프랑스의 실업률은 9.8%로 독일 4.2%의 두 배가 넘습니다. 영국 5.0%와 OECD 평균 6.5%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청년노동시장 사정은 더욱 열악합니다. 2016년 프랑스 15~24세 청년층의 실업률이 24.1%를 기록하면서 독일 7.0%의 세 배가 넘습니다. 프랑스인들을 더욱 좌절케 만든 것은 2013년 이후 대부분의 국가에서 실업률이 하락한 반면 프랑스에서는 정체되거나 오히려 상승했다는 점입니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인들은 기존 사회당과 공화당을 버리고 신규 정당을 지지하게 된 것입니다.


마크롱 대통령의 핵심 정책목표는 바로 일자리 창출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목표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동일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마크롱 대통령이 제시한 정책은 우리와 사뭇 다릅니다. 그는 우선 국내외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현재 33%인 법인세율을 25%로 낮추는 정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뿐만 아니라 공무원 일자리도 12만 개 정도 감축할 예정입니다. 공공부문이 너무 비대해지면 경제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또한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동시장 개혁도 추진할 예정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노동시장 정책은 주당 35시간으로 단축된 근로시간을 기업 단위로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여 근로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이를 위해 개별 기업이 산별노조를 거치지 않고 근로자와 직접 근로시간 및 각종 근로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기업의 자율권을 확대할 예정입니다. 기업에게 인력운용의 자율권을 부여하겠다는 의미이죠.


이런 접근방식은 규제를 통한 근로시간 단축으로는 일자리가 생길 수 없다는 프랑스의 과거 경험에 근거합니다. 프랑스는 지난 1998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단축하는 오브리(Aubry)법을 시행했습니다. 게다가 주당 39시간에서 받던 최저임금을 주당 35시간에서도 받을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3.7%씩 3년간 인상시키는 필롱(Filon)법도 제정했습니다. 그러나 임금조정이 병행되지 않은 채 근로시간만 줄이면서 노동비용이 상승하고 기업의 부담이 증가하면서 일자리 창출로 청년고용 확대를 기대했던 신규 법안들은 참담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일자리는 늘지 않고 기업들은 프랑스를 떠났습니다.


정치적으로 중도를 표방하는 마크롱이지만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그의 정책들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기능을 중시하고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마크롱의 정책을 사회자유주의(社會自由主義)적 정책이라고 부릅니다. 사회자유주의는 자유주의를 통해 사회정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정치사상입니다. 사회정의의 달성을 위해 사회복지를 중시하기 때문에 사회주의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사회자유주의는 근본적으로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중시하는 자유주의를 통해 사회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자유보다는 사회적 발전을 중시하고 생산수단의 공공소유를 주장하기도 하는 사회주의와는 근본이 다른 사상입니다. 마크롱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기능을 통해 빈부격차의 완화, 복지의 증대 그리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믿는 시장주의자입니다.


우리는 지금 프랑스와 유사한 처지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이고 투자환경도 우호적이지 못해 경제성장이 몇 년째 잠재성장률을 밑돌고 있고 일자리가 부족합니다. 그 피해는 청년실업 악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는 최저임금 1만 원 인상, 공공부문의 확대, 규제를 통한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아직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정책들이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프랑스의 지난 과거 경험과 현재의 선택을 보면 우리 정부의 접근방식이 조금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결코 시장을 이기는 규제는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