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2016.07.10 김대식 KAIST 전기 및 전자과 교수)
장대 같은 비가 내리는 장마철이든 눈보라 치는 겨울이든 우리에게는 언제나
‘집’이라는 안전한 ‘항구’가 있다. 아마도 대부분 높은 아파트에 살고있을 2016년 대한민국 국민들.
집에 들어와 에어컨을 켜면 무더위는 사라지고, 난방을 올리면 집은 온실로 변한다.
언제나 뜨거운 물로 씻을 수 있고, 손바닥만한 휴대폰으로 세상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들을 수 있다.
오늘 퇴근해 내일 출근하는 세상. 반복이 반복되기에, 너무나도 예측 가능한 인생. 우리는 편안함을
위해 신비와 위대함을 희생한 것이다.
수 백 년간의 팍스 로마나(Pax Romana)가 무너지고, 북쪽 어두운 숲에 살던 게르만 민족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던 초기 중세기.
기원후 5세기부터 프랑크 왕국의 칼롤루스 대제가 신성로마제국 황제직을 수여 받은 기원후 800년까지 서유럽은 끝없는
전쟁과 비극의 소용돌이였다.
평온의 시대는 변호사를 창출하고, 혼란의 시대는 영웅을 만들어내는 것일까? 니벨룽의 노래, 에다 이야기, 뵐숭 사가,
베오울프. 초기 중세는 게르만 민족들의 위대한 영웅담을 만들어낸다. 언제나 배가 고프고 추위에 떨던 세상.
끝없이 깊은 숲 속에서 들리는 낯선 소리.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하늘에 펼쳐지는 무한의 별 하늘.
한번 떠나면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랑하는 사람들. 오늘 잠에 들면 내일 깨어날지 모르는 세상.
매일 하루가 모험이고, 하루를 살아남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이던 시절.
3182줄로 구성된 《베오울프》는 가장 오래된 고대 영어 작품이자 기원후 5세기부터 영국을 점령하기 시작한
앵글로색슨 민족의 가장 뛰어난 문학 작품이다.
필사본은 영국에서 만들어졌지만, 베오울프의 배경은 스웨덴과 덴마크다.
북유럽에서 온 앵글로색슨인들은 그들의 고향이야기를 하고있는 것이다.
베오울프는 누구인가? 그린델이라는 괴물에 시달리는 사람들.
영웅 베오울프는 괴물과 괴물의 어미를 죽이고 고향으로 돌아가 왕이 된다.
노년의 왕은 무시무시한 용과 전투를 벌이게 되고, 거대한 검으로 용을 제거하지만, 자신도 역시 죽는다.
![[김대식의 북스토리] 시머스 히니 번역 《Beowulf》-베오울프는 누구인가](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607/07/2016070700968_1.jpg)
‘반지의 제왕’과 ‘왕좌의 게임’에서 여러 번 들어본 듯한 이야기다.
물론 베오울프가 원작이고 왕좌의 게임과 반지의 제왕은 짝퉁이다.
원작일 뿐만이 아니다. 베오울프는 진정한 명품이기도하다.
어둡고 무서운 세상에서 서로를 감싸고 베오울프의 영웅담을 들었을 앵글로색슨 인들.
그들의 두려움과 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의 신비스러움을 너무나도 잘 표현하기에
베오울프는 위대한 것이다.
내용보다는 색깔, 결론보다는 소리, 책의 교훈보다는 피부로 느끼는 전율이 더 중요한
작품이기에, 사실 번역 불가능한 책이기도하다.
이런 점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아일랜드 시인 시머스 히니가 2001년 현대 영어로
번역한 《베오울프》는 원작의 분위기와 느낌을 가장 잘 살린 작품으로 인정받고있다.
하늘이 다시 어두워지고 천둥번개가 치는 장마철 밤. 시머스 히니의 베오울프를 추천하고 싶다.
시머스 히니 번역
《베오울프》, 2001, W.W. Norton & Company
베오울프. DISC 1 & 2 : 영화본편 로버트 저멕키스 감독/ 워너브라더스코리아/ 2008 DV688.6-6628-1/ [강서]디지털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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