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을 보유한 반일(反日) 통일 한국이라니 상상력의 한계를 넘어섰다. 통일 한국이 도대체 무엇에 쓰려고 핵을 보유하는가. 국제사회가 핵을 보유한 통일 국가를 용인하겠는가. 무엇보다 통일 한국이 일본을 위협하는 단검이라니 이 무슨 희한한 논리인가. 지난해 말 미국 국무부 관리를 만난 자리에서 ‘단검’ 얘기를 꺼냈더니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항상 (일본 쪽에서)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만주와 한반도에 있던 모든 한민족 왕조들의 주력 병력은 남이 아니라 북을 향해 배치됐다. 고구려와 중국의 끊임없는 전쟁이 그러했고, 통일신라 역시 당과 매초성 전투를 치르며 나당 전쟁에 국력을 총동원했다. 고려 역시 요를 상대로 전쟁과 외교에 나라의 운명을 걸어야 했다. 조선의 태조 이성계는 홍건적과 나하추의 침입을 격퇴한 북방의 맹장이었다. 우리 역사에서 남쪽은 언제나 뚫려 있었다.
만주와 한반도에서 우리 조상들이 중국의 한족 왕조, 이민족 왕조와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는 사이 섬나라였던 일본은 안전 지대로 남아 생산력을 고스란히 보존했고 후대로 누적시켰다. 수·당·요·청 모두가 한민족 왕조와 만주·한반도에서 엄청난 전쟁을 치렀지만 결국 한반도에서 끝냈다. 그러기엔 전쟁의 소모가 커 일본으로 더 내려갈 여력이 없었다. 한반도에서 병력을 빼 일본으로 넘겼다 실패할 경우 중국 내 피정복 집단과 한반도가 다시 들고일어날 가능성도 우려해야 했다. 섬나라였던 일본을 정복해 봐야 얻을 수 있는 전략적 이익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는 중국발 세력이 일본까지 쳐들어가는 남진을 막았던 방파제였다. 오히려 일본이 왜란과 한일강제병합으로 한반도로 확장하려 했을 뿐이다.
한국을 대륙 세력과 결탁한 잠재적 위협으로 보는 시각은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궤변의 연장선이다. 일본이 한국을 위협으로 간주하는 기이한 섬나라 논리를 고수하는 이상 대국이 될 수도 없다. 역사는 오히려 그 반대다. 한국사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안다.
채병건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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