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09.26 박순욱 기자)
④선유도공원
양화대교 중간에 있는 선유도공원은 서울의 멋진 야경을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 중 하나다.
때문에 사계절 저녁 무렵 이곳 공원 전망대는 사진 전문가들로 분빈다.
선유도공원 전망대에서 한강 이북을 바라본 전경. 시야가 탁 트여 강북의 주요 랜드마크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선유도공원은 낮뿐 아니라 밤에도 가장 멋진 서울 야경을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박순욱 기자
여의도 고층빌딩들이 쏘는 총천연색 조명과 밤 하늘, 그리고 빌딩의 조명이 어린 한강까지 한 장의 사진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낮에는 한강이라는 여백의 공간을 통해 서울의 뼈대를 이루는 크고 작은 산들을 볼 수도 있다.
북한산, 남산, 관악산, 청계산, 국회의사당, 월드컵경기장, 행주산성 등을 이곳 선유도공원 전망대 한 곳에서 다 볼 수 있다.
선유도는 선유도공원이 전부다. 공원으로 개장한 2002년 이전에는 서울 서남부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정수장 역할을 했다. 지금의 선유도공원은 이전 정수장 건물과 설비를 상당부분 보존하면서 공원화한 한국 최초의 ‘환경재생 생태공원’이다.
로마시대 유적으로나 볼 수 있던 수로(물길)로 물이 흐르는 모습도 이곳 아니면 쉽게 체험할 수 없는 장면이다.
◆조선 화가 겸재 정선도 선유도를 ‘무릉도원’으로 그려
그러나 선유도의 명성은 최근에 생긴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은 한강과 서울 인왕산 정취를
그린 작품들에서 선유도의 일출과 낙조, 강 너머 보이는 인왕산과 남산의 모습 등을 마치 ‘무릉도원’을 그리듯 담았다.
하지만, 수난도 있었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가 발생하자 일제는 한강의 범람을 막는다고 선유도 봉우리를 잘라 그 암석과 흙으로 둑을 쌓았다.
또 여의도비행장(지금의 여의도공원) 건설용 자갈과 모래로도 사용돼 선유도는 볼품없는 납작섬으로 전락했다.
그러다 1978년 영등포 공단에 식수를 공급하기 위한 정수장이 선유도에 건설됐다가 한강하류 오염으로 식수용으로
적합하지 않게 되자 2002년 공원으로 다시한번 변신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선유도공원의 수생식물원. 연꽃, 갈대 등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자라고 있다. /선유도공원 제공
선유도공원은 크기면에서 다른 공원들을 압도할 정도는 절대 아니다.
공원 전체를 한바퀴 도는데 30분이면 충분한 편이니 오히려 작은 공원에 속한다.
그렇다고 시설물들이 이렇다할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선유도공원은 국내를 넘어 세계조경협회에서도 극찬하는 공원으로 수차례 인정받았다.
◆세계조경협회 아태지역 최고 조경상 받아...국내 최초 환경재생 생태공원
2004년 세계조경협회 아태지역 조경작품상을 수상했으며, 그해 미국조경가협회 디자인상도 수상했다.
우리나라 조경작품 중 최초의 수상이며 지금까지도 유일한 수상이다.
때문에 건축, 조경 전공 학생들의 필수 답사코스로도 각광받는 곳이 선유도공원이다.
2011년에는 국내 건축가들이 뽑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물' 최고작에 선정됐으며(조선일보),
2013년에는 전문가 100명이 뽑은 ‘한국 현대건축물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선유도공원이 국내외 전문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이유를 꼭집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기존의 시설을 잘 활용해,
과다한 시설을 넣지 않은 절제된 공원 설계가 이곳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잘 말해주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건축가 정기용은 "선유도공원은 해방 이후 시행된 공간계획 중 최초의 걸작품이자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의 향연"이라고
극찬했다. 또다른 건축가는 "선유도공원은 한권의 철학책 같다. 시간의 변화 속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묻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과거를 훼손시키지 않고 정수장 설비를 거의 원형 그대로 유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마저 준다.
그러면서도 지금도 한강 물을 끌어와 수생식물을 키우고 있어 이땅의 새싹들에게 물과 생명의 소중함을 말해주고 있다.
선유도정수장 시절 취수탑을 개조한 선유도공원 카페테리아.
이곳 역시 간단한 식사나 한강 전망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선유도공원 제공
◆시간의 정원, 나무와 수로가 만드는 그늘이 마치 잘 만든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
선유도공원 정문에서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메타세콰이어 나무들과 미루나무들이 의상대 사열을 하듯 정중하게
손님을 맞는다.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들 키가 족히 20~30m는 돼 보인다.
정문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인 관리사무소 1층에는 선유도공원 조성 과정이 연대 순으로 자세히 나와 있어
처음 이곳을 찾는 사람이라면 잠시 들를 만 하다.
공원 주요시설로는 수질정화원, 선유도이야기관, 녹색기둥의 정원, 수생식물원, 시간의 정원 등을 들 수 있다.
선유도공원의 ‘시간의 정원’. 정수장 시절 조성된 수로로 지금도 물이 흐르고 있다.
수로가 마치 로마시대 유적 같아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다. /선유도공원 제공
이중 사람들로 가장 붐비는 곳은 시간의 정원이다. 정수장 시절 구조물을 가장 온전하게 남겼으며,
그 속에 자라는 식물들로 인해 시간의 흔적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다. 2000여 그루의 나무들과 그 위를 비추는 햇빛,
그리고 나무와 수로가 만드는 그늘이 마치 잘 만든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을 준다. 콘크리트 수로로 지금도 물이 흐르고 있어
수로 아래, 위는 사진 찍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시간의 정원 한켠에 조성된 대나무숲도 사진 포인트 중 하나다.
수질정화원은 지금도 한강 물을 뽑아 365일 수생식물들을 키우고 있다.
갈대, 창포, 부들, 연꽃 같은 수생식물들이 수질정화 기능도 하고 있다.
이곳을 거쳐간 한강 물은 물길을 따라 수생식물원 등을 거쳐 오수처리 후 다시 한강으로 방류된다.
선유도공원의 수질정화원. 지금도 한강 물을 끌어와 수생식물로 정화시킨 뒤 다시 방류한다. /박순욱 기자
시간의 정원보다 사람들로 더 붐비는 곳은 선유전망대이다. 전망대에 서면 정면에 북한산과 남산이 보이고,
그 왼쪽에 국회의사당, 더 왼쪽에 행주산성 등이 보인다. 뒤돌아서면 관악산, 청계산도 들어온다.
◆서울 최초 보행자 전용 다리 선유교, 사진 찍는 사람들로 늘 붐벼
전망대는 양화한강공원과 선유교로 연결돼 있다.
선유교는 서울시와 프랑스 2000년위원회가 새천년 공동기념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된 서울시 최초의 보행자 전용 다리다.
폭이 3~4m, 길이는 469m다. 무지개모양의 다리로, 프랑스 유명건축가가 설계했으며, 애초부터 접속 교량과 7도틀어진
흔들거리는 구조로 설계됐다. 그러나, 흔들림 없이 건너갈 수 있도록 진동 감쇄장치를 설치, 시민 불안감을 해소했다.
선유도공원의 또 하나의 명소인 무지개 모양의 선유교. 이 다리를 건너면 양화한강공원이 나온다.
선유도공원은 주차장이 없어 양화한강공원에 주차한 뒤 선유교를 통해 공원으로 오면 된다. /선유도공원 제공
공원쪽 선유교 초입은 여의도쪽 야경 촬영 명소로 꼽힌다.
여의도 야경 사진이 걸려 있어 똑같은 사진을 찍으려는 ‘나름 사진작가'들로 늘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선유도공원에서 서울 야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표시된 조망지점. /박순욱 기자
한강과 서울이북 조망 포인트로는 이곳 전망대, 선유교뿐 아니라 정수장 시절 취수탑을 개조한 카페테리아, 팔각지붕의
선유정도 빼놓을 수 없다.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나서 시원한 음료 한잔 마시며 한강 경관을 즐기는 것으로 공원 산책을
마무리해도 좋다.
그러나 한 시간도 안 걸리는 공원 산책이 운동 양으로는 다소 부족하다고 여긴다면 선유교를 지나 양화한강공원으로 가시라.
한강공원 산책로는 양쪽으로 쭉 펼쳐져 있다. 선유도공원은 장애인 차량 외에는 주차할 수 없다.
차를 갖고 올 경우에는 양화한강공원에 주차한 후 걸어서 선유교를 건너 공원으로 접근하면 된다.
10분 거리다. 전철을 이용할 경우 당산역, 선유도역이 가깝다.
공원 곳곳에 쉼터와 잔디밭이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자동차는 물론 자전거 이용도 금지시켜 특히 어린이 인전에 신경썼다.
낮 시간도 좋지만 야경을 즐길 수 있는 저녁 나들이코스로도 인기다. 공원은 밤 12시까지 개방된다.
공원측은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자연에 양보하는 시간’으로 공원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걷다,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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