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8.12.15 이미도 외화 번역가)
'돈은 현악기와 같다.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이는 불협화음만 낼 뿐이다.' 작가 칼릴 지브란의 글입니다.
'올 더 머니(All the Money in the World·사진)'는 한때 세계 제일 갑부였던 석유 사업가 J. 폴 게티가 쓴
불협화음의 가족사입니다.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셀 수 있다면 억만장자가 아닌 거요."
1965년 플레이보이지(誌) 인터뷰에서 게티는 자신의 부(富)를 이렇게 뽐냅니다.
영화는 탐욕으로 부의 제국을 세운 그가 이탈리아 범죄 조직의 먹잇감이 되는 장면으로 막(幕)을 엽니다.
때는 1973년. 그의 손자 게티 3세가 로마에서 유괴됩니다. 몸값은 1700만달러. 지금 가치로 1억달러와 맞먹습니다.
게티는 언론에 나와 단호하게 지불 거부 의사를 밝힙니다.
범죄 집단과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비치지만 실상은 아이 어머니 게일을 겨냥한 복수입니다.
그의 아들인 게티 2세와 이혼할 때 아이들 양육권을 그녀가 가져갔기 때문입니다.
재력과 야망을 앞세워 가족마저도 소유물처럼 지배해온 게티는 몸값을 대달라는 게일의 간청을 넉 달 넘게 묵살합니다.
'돈으로 못 사는 건 없다'고 호언(豪言)해온 게티는 비로소
'돈으로 살 수 없는 걸 안 가진 이는 부자가 아님(You are not rich until you have something that money can't buy)'을
깨닫습니다. 게일이 잘려나간 아들의 귀를 보도한 신문 1000부를 게티에게 보낸 직후입니다.
그는 5개월째 협상을 끄는 사이에 낮아진 몸값 300만달러를 빌려줍니다.
게일은 계약대로 마약 중독자인 게티 2세에게 양육권을 넘깁니다.
칼릴 지브란은 행복한 삶을 위협하는 부의 해독성을 일깨우려고 '돈은 사랑과 같다(Money is like love)'는 은유를 썼습니다.
사랑처럼 돈은 그걸 나누고 베푸는 게 인색한 이를 불행에 이르게 하고, 그 반대인 이에게는 더 활기차고 행복한 삶을
허락한다는 게 함의(含意)지요. 영화는 이 진리를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게티의 비극적 결말로 막을 내립니다.
올 더 머니 = All the money in the worl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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