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을 거래로 본 트럼프, 진보적 대북관 문 대통령과 마찰”
[중앙일보] 2019.03.25 00:05워싱턴 외교 전문가 8명의 시각
“한·미동맹 위기 심각한 수준” 6명
“미국 대북 군사압박 강화할 경우
한·미 간 진짜 균열 생길 가능성”
일각 “북한 의도 먹혀들어” 주장
위기의 한국 외교 <상>
한·미 동맹 문제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워싱턴의 ‘한국 워처(watcher)’ 8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다수(6명)가 온도 차는 있었지만 “동맹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나머지 2명도 “나쁜 상태는 아니다”면서도 “양측의 지도자가 바뀌면 더 나아질 것”(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한·미의 정치적 양극화는 문제”(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워싱턴 조야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응답자의 절반은 “미국에 (동맹 위기의) 책임이 있다”고 했고, 나머지 절반은 “한·미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2명도 “나쁜 상태는 아니다”면서도 “양측의 지도자가 바뀌면 더 나아질 것”(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 “한·미의 정치적 양극화는 문제”(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워싱턴 조야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응답자의 절반은 “미국에 (동맹 위기의) 책임이 있다”고 했고, 나머지 절반은 “한·미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동맹 위기 어느 정도인가=응답자의 답변을 분석하면 8명 중 25%(2명)가 ‘매우 심각’, 50%(4명)가 ‘약간 심각’, 그리고 25%(2명)가 ‘보통’이라 답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양국 정부는 (동맹이) 강력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체는 정반대”라고 진단했다. 조슈아 폴락 미들버리 국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제니 타운 38노스 편집장은 “트럼프 취임 이후 긴장관계에 있는 다른 동맹국들과 (위기의 수준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동맹을 거래로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과 북한에 진보적으로 접근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접근법 모두 높은 레벨의 긴장(tension)과 마찰(friction)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마자르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도발 징후를 보일 경우)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압박이 강해질 수 있고, 이를 두고 미국과 한국 간에 지금까지의 어떤 논쟁보다 ‘진짜 균열(real fracturing)’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동맹 위기의 상징적 상황이 뭐냐’는 질문에는 거의 모든 응답자가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둔비+50% 부담 발언’을 집중 거론했다.
◆주 원인은=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트럼프의 개인적 성향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이 많았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트럼프는 동맹의 전략적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타운), “비정상적인 트럼프의 성격 때문”(폴락), “더 요구하고 덜 제공하며, 동맹의 공동 가치를 ‘서비스’ 정도로 안다”(자누지) 등의 반응이었다. 실제 트럼프는 취임 후 5950번의 트위터 중 ‘동맹국(allies, ally)’이란 단어를 쓴 게 불과 11번이었다. ‘동맹(alliance)’은 한 번도 없었다.
양국의 정치 환경 변화를 원인으로 꼽는 목소리도 있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서울은 북한의 약속과 보장을 믿는 경향이 있고, 워싱턴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국내 정치 또한 좌파 민족주의의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 약화가 한국과 미국의 요인뿐 아니라 북한의 ‘의도’에 의한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베넷 연구원은 “미국은 연합훈련 중단, 한국은 북한과의 포괄적 군사합의를 결정하면서 가까운 동맹 사이에는 있기 힘든 ‘일방적 액션’을 취했다”며 “많은 이가 북한의 (적화)통일 가능성을 일축하지만 정작 북한은 올 신년사에서 한반도 통일을 일곱 번이나 촉구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양국 정부는 (동맹이) 강력하다고 주장하지만 실체는 정반대”라고 진단했다. 조슈아 폴락 미들버리 국제연구소 수석연구원과 제니 타운 38노스 편집장은 “트럼프 취임 이후 긴장관계에 있는 다른 동맹국들과 (위기의 수준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맥스웰 연구원은 “동맹을 거래로 접근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과 북한에 진보적으로 접근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접근법 모두 높은 레벨의 긴장(tension)과 마찰(friction)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마자르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이 도발 징후를 보일 경우)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 압박이 강해질 수 있고, 이를 두고 미국과 한국 간에 지금까지의 어떤 논쟁보다 ‘진짜 균열(real fracturing)’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동맹 위기의 상징적 상황이 뭐냐’는 질문에는 거의 모든 응답자가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둔비+50% 부담 발언’을 집중 거론했다.
◆주 원인은=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 트럼프의 개인적 성향에 초점을 맞추는 시각이 많았다.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트럼프는 동맹의 전략적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다”(타운), “비정상적인 트럼프의 성격 때문”(폴락), “더 요구하고 덜 제공하며, 동맹의 공동 가치를 ‘서비스’ 정도로 안다”(자누지) 등의 반응이었다. 실제 트럼프는 취임 후 5950번의 트위터 중 ‘동맹국(allies, ally)’이란 단어를 쓴 게 불과 11번이었다. ‘동맹(alliance)’은 한 번도 없었다.
양국의 정치 환경 변화를 원인으로 꼽는 목소리도 있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는 “서울은 북한의 약속과 보장을 믿는 경향이 있고, 워싱턴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국내 정치 또한 좌파 민족주의의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 약화가 한국과 미국의 요인뿐 아니라 북한의 ‘의도’에 의한 것이란 주장도 있었다. 베넷 연구원은 “미국은 연합훈련 중단, 한국은 북한과의 포괄적 군사합의를 결정하면서 가까운 동맹 사이에는 있기 힘든 ‘일방적 액션’을 취했다”며 “많은 이가 북한의 (적화)통일 가능성을 일축하지만 정작 북한은 올 신년사에서 한반도 통일을 일곱 번이나 촉구한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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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관은 미국을 가르치려 하고, 일본은 자신들이 도울 것 없나 물어”
[중앙일보]
2019.03.25 00:05
위기의 한국 외교 <상>
워싱턴 외교가에는 현 한·미 동맹의 위기가 두 지도자 간의 정책이나 가치관의 차이만으론 설명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미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워싱턴 내 한·일 외교의 차이를 설명한다.
“한국 외교관은 만나면 바로 우리를 가르치려 한다. 그러곤 뭘 해달라고 부탁한다. 부탁을 들어주면 그 후로 한동안 연락이 끊긴다. 나중에 또 연락이 와 만나면 또 부탁이다. 일본 외교관은 만나면 먼저 ‘내가 널 위해 뭘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도와주려 한다. 그러니 나도 ‘우리 쪽에선 뭐 도와줄까’라고 하게 된다.”
미 국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워싱턴 내 한·일 외교의 차이를 설명한다.
“한국 외교관은 만나면 바로 우리를 가르치려 한다. 그러곤 뭘 해달라고 부탁한다. 부탁을 들어주면 그 후로 한동안 연락이 끊긴다. 나중에 또 연락이 와 만나면 또 부탁이다. 일본 외교관은 만나면 먼저 ‘내가 널 위해 뭘 해줄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 도와주려 한다. 그러니 나도 ‘우리 쪽에선 뭐 도와줄까’라고 하게 된다.”
지난달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들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면담한 후 워싱턴 외교가엔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이날 면담에 대해 문 의장과 여권 주요 인사들은 “펠로시 의장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다는) 여러분 희망대로 됐으면 너무 좋겠다’는 말을 썼다. 펠로시 의장이 (우리의 설득에) 충분히 이해한 것으로 해석됐다”고 했기 때문이다.
미 의회 관계자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우리 모두 ‘오 마이 갓(맙소사)’을 외쳤다. ‘여러분 희망대로 되면 좋겠다’란 말이 도무지 말이 안 통할 때 말을 끊는 표현인 줄 모르는가. 어떻게 확인도 하지 않고 그런 천지차의 곡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도 상당한 불쾌감을 표출하고 ‘차후 한국 인사 면담 때 참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도 했다. 당시 해프닝은 한·미 양국뿐 아니라 제3국 외교관 사이에도 한동안 화제가 됐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는 한 고위 인사는 “한국은 외교관이나 관료, 정치인 할 것 없이 패턴이 같다. 논리나 근거가 부족하면 ‘우릴 이해해 달라’고 한다. 예전엔 동맹 하나 믿고 들어줬지만 이젠 우리(미국)의 국익을 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관계자는 “북핵 문제의 핵심인 ‘비핵화 의지’에 대해 한국은 그냥 ‘과거와 다르다. 이번에는 우리가 맞다’고만 한다”며 “이게 판이 잘 굴러갈 때는 별문제가 안 되지만 (북·미 협상이) 틀어지면 책임 문제로 번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의 주장을 듣고 있으면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입장이 많아 미국 관리들이 우습게 보는 경향도 있다”며 "차라리 ‘우리의 국익은 이거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야겠다’고 강한 의지를 주장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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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입에서 사라진 한·미동맹 상징 린치핀
[중앙일보]
2019.03.25 00:05
일본이 한때 부러워했던 표현
미·일동맹엔 ‘코너스톤’ 계속 써
일본이 한때 부러워했던 표현
미·일동맹엔 ‘코너스톤’ 계속 써
위기의 한국 외교 <상>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2년째를 맞은 한·미 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누적됐던 이견이 표면화하며 워싱턴에서 한·미 동맹에 대한 의구심으로 번지면서다.
한·미 동맹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징후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 19일까지 26개월(2년2개월) 동안 5950건의 트윗을 올렸다. 그러나 굳건한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용어로 쓰여 온 ‘린치핀(linchpin·핵심 축)’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물론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한 적도 없다. 동맹보다는 국익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미·일 동맹을 놓곤 전통적인 ‘주춧돌(cornerstone)’ 표현으로 알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 ‘린치핀’ 표현을 한·미 동맹에 처음 사용한 뒤 2016년까지 거의 매년 최소 한 차례 린치핀을 언급했다.
2010년대 초 일본 정부는 “린치핀과 코너스톤 중 무엇이 미국이 더 아끼는 표현인가”를 놓고 분석까지 했다고 한다. 결과는 한·미 동맹에 쓰이는 린치핀으로 나왔다. 일본 고위 외교관은 “티를 안 냈지만 속으론 무지 억울했다”고 말했다.
한·미 동맹 상태를 진단할 수 있는 징후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과 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지난 19일까지 26개월(2년2개월) 동안 5950건의 트윗을 올렸다. 그러나 굳건한 한·미 동맹을 상징하는 용어로 쓰여 온 ‘린치핀(linchpin·핵심 축)’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물론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한 적도 없다. 동맹보다는 국익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미·일 동맹을 놓곤 전통적인 ‘주춧돌(cornerstone)’ 표현으로 알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0년 ‘린치핀’ 표현을 한·미 동맹에 처음 사용한 뒤 2016년까지 거의 매년 최소 한 차례 린치핀을 언급했다.
2010년대 초 일본 정부는 “린치핀과 코너스톤 중 무엇이 미국이 더 아끼는 표현인가”를 놓고 분석까지 했다고 한다. 결과는 한·미 동맹에 쓰이는 린치핀으로 나왔다. 일본 고위 외교관은 “티를 안 냈지만 속으론 무지 억울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비핵화 ‘빅딜’ 해법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거부로 벽에 부닥친 뒤 그간 물밑에 있었던 한·미 간 인식 차가 더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악관 사정에 밝은 워싱턴 소식통은 24일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직후(지난달 28일)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나눈 전화 통화에 대한 청와대의 발표를 놓고 백악관이 당황했다고 전했다. 당시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해 그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려주는 등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얘기한 것은 ‘미국의 빅딜 방침을 북한에 설명해 달라. 김 위원장이 기존 정책에 수정을 가해야만 제재도 풀리고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설득할 수 있는 건 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밖에 없다. 하지만 김정은이 더 믿는 건 문 대통령이니 그걸 해 달라’는 취지였다”며 “그런데 청와대가 마치 중립적인 제3자처럼 ‘중재자 역할을 부탁받았다’고 밝혀 미국 인사들이 발끈했다”고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관계자는 “한국 미세먼지가 심각하다고 하지만 한·미 간에 끼인 먼지는 더 심각하다”고 비유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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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 빅딜 설득을" 한국선 "중재자 당부" 발표
[중앙일보]
2019.03.25 00:05
미국의 불신받는 한국 왜
“한국 발표에 백악관 인사들 발끈”
미 인도·태평양 구상 불참도 불만
한국 중국에 밀착하나 의구심
미국의 불신받는 한국 왜
“한국 발표에 백악관 인사들 발끈”
미 인도·태평양 구상 불참도 불만
한국 중국에 밀착하나 의구심
위기의 한국 외교 <상>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스티븐 배넌은 최근 지인에게 백악관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고 한다.
“한국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포자기’ 분위기도 있다. 다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그 순간 한국 내 반미 기운이 고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가 결코 원치 않는다. 미국이 원하는 한국 정치판의 구도와도 관련 있는 문제다. 그저 트럼프 행정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을 뿐이다(just bubbling up).”
외교부는 지난 7일 “이달 중 강경화 외교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워싱턴에선 한국이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불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자포자기’ 분위기도 있다. 다만 이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그 순간 한국 내 반미 기운이 고조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가 결코 원치 않는다. 미국이 원하는 한국 정치판의 구도와도 관련 있는 문제다. 그저 트럼프 행정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을 뿐이다(just bubbling up).”
외교부는 지난 7일 “이달 중 강경화 외교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워싱턴에선 한국이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워싱턴의 고위 소식통은 “폼페이오 장관은 이미 관계자들에게 ‘이달 중 안 만나겠다. 강 장관이 싫어서가 아니다. 이번 발언(청와대 발표)에 대한 불쾌감으로 받아들여도 된다. 나중에 다시 일정을 잡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달 28일 하노이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과의 중재 역할을 당부했다는 청와대의 발표를 의미한다.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직후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이 (중략)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백악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트럼프가 문 대통령에게 얘기한 것은 미국의 ‘빅딜’ 방침을 북한에 제대로 설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며 “그런데 청와대는 마치 ‘북쪽의 의견을 미국에 전해주는 메신저’처럼 행세한 데 발끈했다”고 전했다.
◆최대압박 vs 북한과 관계 강화=서울을 향해 워싱턴의 불만이 누적된 원인을 놓고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수석부차관보는 북한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최우선 순위는 ▶남북협력 강화 ▶통일을 위한 기초 다지기였지만 미국의 최우선 순위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해체”라고 말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연구원은 “이 차이가 미묘한 것 같지만 결국은 미국과 한국의 초점이 각각 ▶최대압박 ▶북한과의 관계 강화로 갈라졌다”고 진단했다. 처음엔 같은 곳을 보면서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여겼는데, 알고 보니 딴 곳을 보고 있었다는 의구심이다. 최근 워싱턴을 찾은 한국 인사들이 미국 측 인사들로부터 “같은 편이 아니다(not on the same page)”라는 말을 자주 듣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더 큰 문제는 “정말 한국은 한·미 동맹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미국과 함께 갈 생각이 있는 건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워싱턴에서 한·미 관계를 오랫동안 지켜본 제3국의 연구자는 “한·미 불신의 근저에는 중국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관계가 북한 문제로 틀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은 그 이전인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신(新)아시아 전략’으로 발표한 ‘인도·태평양 구상’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은 데서 균열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서 야심적으로 내놓은 새로운 아시아 미래 전략에 한국이 가세하지 않자 평소 ‘트럼프 스타일’에 비판적이었던 일반 미 관료들조차 “한국은 정말 중국 편이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는 것이다.
◆"부시·노무현 땐 동맹 발전”=한국 신뢰도가 저하되며 한·미 간에 정말 필요한 핵심정보도 공유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고위 소식통은 “사실 우리(일본)는 하노이 회담(2월28일) 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여러 핵심 인사들로부터 ‘솔직히 이번 하노이 회담에선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힌트를 받았다”며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내부적으로 회담 1주일 전쯤 ‘결렬’을 알고 그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털어놓았다. 결렬 직전까지 기대감을 공개 표명했던 청와대와는 대조적이다.
한·미 간의 긴장은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 대통령,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을 국정 주요 과제로 삼은 문재인 대통령 간 스타일과 케미스트리(궁합) 변수도 크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전임자와 달리 한·미 동맹을 순전히 거래적 계약으로만 여기는 최초의 미 대통령, (한·미) 동맹보다 북한과의 화해 및 통일 욕망이 강한 동맹 사상 최초의 한국 대통령의 존재가 (동맹 악화의 배경에)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청한 워싱턴의 한 고위 소식통은 “한·미 동맹에 균열이 가고 있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중층적”이라며 “진짜 심각한 건 트럼프의 지칠 줄 모르는 ‘미국 우선주의’ 발언이 반복되며 미국 국민도 동맹에 대한 가치보다는 자국민에 대한 배려를 당연시하고 편하게 여기는 구조적 변화가 이제 굳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선 한·미 동맹의 미래를 놓고 경고도 나온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지적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보수,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로 완전 달랐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많은 동맹 발전을 이뤄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라크 파병, 아프간 재건복구사업 동참 등 광범위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을 뺀 다른 어젠다가 없다. 한국에는 ‘북한 외’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는가. 동맹은 정원과 같다. 돌보지 않으면 잡초가 자라기 시작하고, 결국 잔디는 시든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더 큰 문제는 “정말 한국은 한·미 동맹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미국과 함께 갈 생각이 있는 건가”라는 근본적 의문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워싱턴에서 한·미 관계를 오랫동안 지켜본 제3국의 연구자는 “한·미 불신의 근저에는 중국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관계가 북한 문제로 틀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은 그 이전인 2017년 11월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신(新)아시아 전략’으로 발표한 ‘인도·태평양 구상’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은 데서 균열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맞서 야심적으로 내놓은 새로운 아시아 미래 전략에 한국이 가세하지 않자 평소 ‘트럼프 스타일’에 비판적이었던 일반 미 관료들조차 “한국은 정말 중국 편이냐”며 고개를 갸웃거렸다는 것이다.
◆"부시·노무현 땐 동맹 발전”=한국 신뢰도가 저하되며 한·미 간에 정말 필요한 핵심정보도 공유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의 고위 소식통은 “사실 우리(일본)는 하노이 회담(2월28일) 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등 여러 핵심 인사들로부터 ‘솔직히 이번 하노이 회담에선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란 힌트를 받았다”며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내부적으로 회담 1주일 전쯤 ‘결렬’을 알고 그에 맞춰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털어놓았다. 결렬 직전까지 기대감을 공개 표명했던 청와대와는 대조적이다.
한·미 간의 긴장은 ‘미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트럼프 대통령,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을 국정 주요 과제로 삼은 문재인 대통령 간 스타일과 케미스트리(궁합) 변수도 크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전임자와 달리 한·미 동맹을 순전히 거래적 계약으로만 여기는 최초의 미 대통령, (한·미) 동맹보다 북한과의 화해 및 통일 욕망이 강한 동맹 사상 최초의 한국 대통령의 존재가 (동맹 악화의 배경에)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청한 워싱턴의 한 고위 소식통은 “한·미 동맹에 균열이 가고 있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고 중층적”이라며 “진짜 심각한 건 트럼프의 지칠 줄 모르는 ‘미국 우선주의’ 발언이 반복되며 미국 국민도 동맹에 대한 가치보다는 자국민에 대한 배려를 당연시하고 편하게 여기는 구조적 변화가 이제 굳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에선 한·미 동맹의 미래를 놓고 경고도 나온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지적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보수, 노무현 대통령은 진보로 완전 달랐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많은 동맹 발전을 이뤄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이라크 파병, 아프간 재건복구사업 동참 등 광범위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을 뺀 다른 어젠다가 없다. 한국에는 ‘북한 외’를 생각하고 걱정하는 이들이 있는가. 동맹은 정원과 같다. 돌보지 않으면 잡초가 자라기 시작하고, 결국 잔디는 시든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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