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2020.01.09. 03:15
까마귀는 막대 두개 연결해 복합 도구 만들어 먹이 꺼내기도
앞으로 우둔한 사람을 '새대가리'라고 놀려서는 안 될 것 같다. 예의 문제를 떠나서 새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지능이 모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과학자들은 바닷새가 나뭇가지로 몸을 긁는 모습을 포착했다. 그동안 까마귀나 앵무새가 나뭇가지로 먹이를 잡는 경우는 있었지만 다른 일에 새가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은 이번에 처음 발견됐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아네트 파예트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31일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영국 웨일스 지방과 아이슬란드에서 바다쇠오리가 부리로 나뭇가지를 물고 등과 가슴을 긁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바다쇠오리는 어릿광대와 비슷한 생김새에 짧은 다리로 뒤뚱거리는 모습으로 인기가 높은 새이다.
연구진은 2014년 6월 영국 웨일스 지방의 스코머섬과 2018년 7월 아이슬란드에서 바다쇠오리가 부리로 나뭇가지를 물고 각각 등과 가슴을 긁는 모습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바다쇠오리가 나뭇가지로 몸에 붙은 벌레를 떨어뜨린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바다쇠오리 서식처에는 진드기가 많이 살고 있었다. 파예트 교수는 "바다쇠오리의 도구 사용이 단 두 차례만 관측됐지만 관측 지역이 1700㎞나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이 집단에 널리 퍼진 보편적인 행동이라고 추정된다"고 밝혔다.
야생 조류가 먹이를 잡는 데 도구를 사용하는 모습은 종종 관찰됐다. 이집트 대머리독수리는 돌로 타조 알을 깨 먹으며, 코카투 앵무새는 골판지를 뜯어 상자 안에 있는 먹이를 꺼내는 도구로 쓰기도 한다. 특히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섬에 사는 까마귀는 새 중에서 도구를 잘 쓰기로 유명하다. 까마귀는 가는 가지를 나무에 난 구멍에 찔러넣어 애벌레를 꺼내 먹는다. 2017년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 연구진은 이 까마귀가 애벌레를 더 쉽게 꺼내려고 나뭇가지를 휘어 고리로 만드는 모습까지 확인했다.
심지어 복합 도구도 만든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와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상자 속 먹이에 닿기에는 짧은 막대들을 까마귀에게 줬다. 막대는 서로 끼울 수 있는 형태였다. 그러자 8마리 중 4마리가 5분 내에 짧은 막대를 이어 상자 속 먹이를 꺼내는 데 성공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이상임 교수는 "까마귀 중에서도 뉴칼레도니아섬에 사는 종이 유독 도구를 잘 쓰는 것은 나무 구멍에 있는 애벌레를 먹이로 하는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사람의 눈에 지능이 낮아 보이는 야생동물이라도 환경 요인이 충분하면 도구를 쓸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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