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03.17 유지한 기자)
[4개 업체에 美·中·유럽 주문 쇄도… 대박 비결은]
- 박사·교수가 대표… 빠른 의사 결정
메르스·신종 플루 경험 살려 코로나 확산 전에 개발, 대량생산
- 하루 13만명을 6시간 만에 검사
두달간 하루 18~20시간 강행군… 30여국서 하루 100여통 상담전화
지난 15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진단키트 개발 회사 솔젠트.
일요일인데도 유재형 대표를 포함해 전체 직원 3분의 2에 해당하는 30여명이 출근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진단키트 생산에 한창이었다. 유 대표는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해 새벽 2~3시가 넘도록 해외에서 밀려드는 계약 문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20~30국에서 하루 100통 넘는 상담 전화가 쏟아진다고 한다.
유 대표는 "휴일과 밤낮없이 하루에 18~20시간 일한 지 두 달이 돼간다"고 했다.
솔젠트의 작년 매출은 60억원 정도인데 최근에만 중국·미국 업체와 8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진단키트 개발 업체 씨젠도 비슷한 상황이다.
씨젠 관계자는 "연구소 직원까지 생산에 동원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코젠바이오텍 직원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키트를 제작하고 있다.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은 빠른 의사결정과 전염병 진단 노하우 등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진단키트 대량 생산에 나서면서 해외에서 주문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뉴시스
하루 13만명을 6시간 만에 검사할 수 있는 한국의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능력에 해외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 방송사 CNN은 "일부 국가에서는 진단키트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한국은 무료로 쉽게 검사할 수 있다"면서 국내 업체 연구시설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이 주목받는 것은 메르스·에볼라·신종 플루를 겪으며 노하우를 쌓았고,
빠른 의사 결정이 가능한 박사·교수 출신 전문가가 회사를 이끌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中에서 감염자 정보 뜬 뒤 바로 착수
16일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판매 허가를 받은 곳은 5개 업체다.
이 중 4개 업체가 진단키트를 대량 생산해 국내 수요를 맞추고 해외 수출에 나서고 있다.
코젠바이오텍이 지난달 4일 식약처로부터 가장 먼저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고, 씨젠은 같은 달 12일 승인을 받았다.
4개 회사는 일주일에 10만~50만명 분량의 진단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우한 코로나 사태에서 발 빠르게 대응한 덕분에 해외 업체보다 대량 생산에 앞서 나갈 수 있었다.
코젠바이오텍은 남용석 대표가 세계보건기구(WHO)의 바이러스 정보 공유 저장소인 '지사이드(GISAID)'에
감염자 정보가 뜨자마자 지난 1월 10일 진단키트 개발에 나섰다.
우리나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날(1월 20일)보다 열흘 전이다. SD바이오센서와 씨젠도 각각 1월 5일과 16일부터
개발에 들어갔고, 솔젠트도 중국 대리점 요청으로 1월 17일 개발에 나섰다.
국내 업체가 만든 진단키트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RT-PCR) 기술을 이용한 것이다.
하루 이상 걸리던 검사 시간을 최대 6시간 이내로 줄였다.
◇모두 전문가가 대표
4개 회사는 대표가 박사·교수 출신 전문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의사 결정이 오래 걸리는 대형 제약사와 달리
중소 바이오 기업은 전문가의 신속한 판단과 결정으로 선제 대응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코젠바이오텍 남용석 대표는 고려대 생화학 및 분자유전학 박사 출신으로 연세대학교 기계공학부 바이오엔지니어링
겸임교수다.
씨젠 천종윤 대표(미국 테네시대 생명공학 박사)도 이화여대 생물학과 교수를 지냈다.
솔젠트 유재형 대표는 충북대학교 미생물학과 박사 출신이고,
이효근 SD바이오센서 대표는 20년간 혈당측정기와 여러 진단 키트를 개발한 현장 경력이 풍부하다.
감염증 진단과 관련해 노하우를 쌓아온 것도 해외에서 주목받는 원인으로 꼽힌다.
코젠바이오텍은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때 제품을 개발해 정부·의료기관에 공급했다.
솔젠트와 SD바이오센서도 에볼라·메르스 진단키트를 개발했다.
14일 기준 이탈리아의 누적 검사자 수(약 10만명)는 한국 누적 검사자 수(약 26만명)의 절반도 안 된다.
국내에서는 최대 16만원만 지불하면 코로나 진단이 가능하지만 일본은 2배인 35만원을 내야 한다.
미국은 무료 진단이 불가능하고 진단에만 약 2000~30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한국은 낮은 보험 수가(酬價)로 수많은 사람이 빠르게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메르스 사태 이후 만들어진 식약처의 긴급사용 승인제도는 보통 1년 정도 걸릴 인증을 몇 주 만에 사용 가능하게 했다.
이혁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감염관리이사는 "진단키트 정확도가 98%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라며
"메르스 등을 겪으면서 구축한 인프라가 국내 기업들이 진단키트 개발을 잘해낼 수 있었던 요인"이라고 말했다.
☞실시간 유전자 증폭 검사(RT-PCR) |
질병 의심 환자의 침·가래 등에서 분리한 소량의 유전물질을 많은 수로 늘리는 검사 기법이다. 특정 바이러스 유전자와 결합하는 진단 시약을 넣고 유전자 증폭 장비로 돌렸을 때 유전물질의 수가 증가하면 '양성'이다. 검사 절차가 간소화돼 하루 이상 걸리던 검사 시간을 6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16/2020031603854.html
KAIST, 한 달 쓰는 마스크 필터 개발 |
정전기 이용한 기존 필터와 달리 나노섬유 격자구조로 층층이 쌓아 20여회 소독해도 필터 성능 유지 국내 연구진이 에탄올 소독으로 20회 이상 다시 쓸 수 있는 마스크 필터를 개발했다. 필터를 면 마스크에 끼우면 거의 한 달간 마스크를 사용할 수 있다. 정부 허가가 한 달 내 이뤄진다면 다음 달부터 매달 5만장씩 생산해 우한 코로나 사태 후 발생한 마스크 대란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현종 기자
나노섬유를 직각으로 교차시키거나 한 방향으로 정렬시켜 세탁 후에도 성능이 유지되는 필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나노섬유의 종류와 굵기, 밀도를 달리해 KF80~94 수준의 보건용 마스크 필터를 만들었다. 김 교수는 "필터는 에탄올로 20회 소독해도 여과 효율 94% 이상을 유지했다"며 "면 마스크는 손빨래하고 안에 끼우는 필터는 소독하면 마스크 한 장을 한 달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보건용 마스크에 쓰는 MB(용융방사) 필터는 나노섬유 용액을 공중에 뿌리고 전기를 띤 기판에 달라붙게 해 만든다. 이때 나노섬유는 무작위로 배열되고, 그물눈도 들쭉날쭉하다. 큰 그물눈이 많이 생기고 이 사이로 바이러스나 초미세 먼지가 빠져나갈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정전기를 갖게 만들어 보완을 한다. 하지만 소독이나 세탁을 하면 정전기 성질이 없어지고, 마스크 효능도 떨어진다. 김 교수팀은 나노섬유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 구조물을 지나 기판에 한 방향으로 떨어지도록 했다. 절연체를 90도 회전해 다시 나노섬유를 뿌리면 격자 구조의 그물이 만들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그물을 여러 층 만들어 바이러스를 이중 삼중으로 차단하게 했다. 김 교수는 "정전기 없이 그물눈의 일정한 물리적 구조만으로 바이러스 입자를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개발된 필터는 작년 2월 설립된 KAIST 교원 창업 회사인 김일두연구소에서 하루 1500장 생산하고 있다. 필터 단가는 기존 마스크 필터의 2~3배지만, 반복 재사용이 가능해 소비자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필터 재사용이 늘면 마스크 폐기물 문제도 감소한다. 김 교수는 "식약처 허가 절차를 밟고 1대뿐인 생산 설비를 늘려 곧 양산 체제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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