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20.04.03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게이오(慶應) 의과대학 창설자로 알려진 기타사토 시바사부로(北里柴三郞·1853~1931)는
'일본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균 감염증 연구의 개척자이다.
1885년 베를린대에 유학하여 결핵균, 콜레라균을 발견한 세균학의 시조 로베르트 코흐를 사사(師事)한
그는 1889년 파상풍균 분리 배양에 성공하고 2년 뒤 항독소 혈청을 이용한 혁신적인 혈청 치료법을
개발하는 쾌거를 거둔다. 연이은 디프테리아균 연구로 1901년 초대 노벨 의학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기타사토의 괄목상대할 연구 업적은 유럽에서도 일대 화제였다.
쇄도하는 공동 연구 제의를 뿌리치고 1891년 의료보국 일념으로 귀국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냉대와 따돌림이었다. 문제의 발단은 그가 유학 시절 오가타 마사노리(緖方正規) 도쿄의대 교수가 주장한
'각기병원균설'이 오류임을 지적한 것이었다. 오가타는 기타사토의 동향(同鄕), 동창(도쿄의학교)이자 기타사토의 유학을
도운 은인이기도 했다. 기타사토가 친분에도 불구하고 각기병은 세균과는 무관하다는 의견을 밝히자 도쿄의대 중심의
의학계가 기타사토를 배은망덕하다며 배척한 것이다. 이로 인해 기타사토는 도쿄의대나 그 인맥이 주류를 이루는
정부기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한동안 겉도는 신세가 된다.
이 일에 대해 기타사토는 훗날 의학자는 인명의 희생을 막는 것이 본분이며 잘못된 지식은 희생자를 늘릴 뿐이므로
사사로움을 넘어 진실을 말할 용기가 필요했다고 술회한다. 의사는 환자를 치료하여 돈을 버는 것을 넘어 국민의 보건을
지탱하는 '생명의 지팡이'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의도(醫道)론'은 일본판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후세의 귀감이 되고 있다.
참된 지식인의 자세를 실천한 기타사토는 2024년부터 사용되는 1000엔 신권(新券)에 초상 인물로 등장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의료인이 화폐 인물로 선정된 것은 매독균을 발견한 세균학자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에 이어 두 번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2/202004020438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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