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20.09.18. 22:00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꿔준 돈을 못 받거나 얼굴 붉히며 싸움박질했던 대상이 아닌 한 말이다. 지난 주말에 인왕산 둘레길을 걸었다. 내 집 뒤뜰처럼 익숙한 곳이다 보니 사람 없는 샛길로 빠졌다가 돌아오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고, 그 사이 옷은 땀에 흠뻑 젖었다.
(중략)
다시 뵙자 말하고 돌아서는 내 옆에서 친구가 속삭였다. “근데 저 할머니 눈빛 봤어? 꼭 먼 길 떠나는 자식 배웅하는 거 같어.” 무심하게 흘렸던 친구의 말을 어제 신문을 보다 떠올렸다. ‘사랑하는 아내이자 영혼의 짝을 잃은 후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 고문과도 같은 적막을 홀로 견디고 있다’는 광고를 내서 주위에 도움을 청한 영국 노인 윌리엄스의 기사였다. 은퇴한 물리학자인 그가 내 이웃이라면 틈나는 대로 놀러 가 물리학 얘기를 청할 텐데 하는 생각과 동시에 할머니와 떨었던 수다가 못 견디게 그리워졌다.
https://news.v.daum.net/v/20200918220023333
[삶과 문화] 수다의 효능
[삶과 문화] 수다의 효능
우연히 아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꿔준 돈을 못 받거나 얼굴 붉히며 싸움박질했던 대상이 아닌 한 말이다. 지난 주말에 인왕산 둘레길을 걸었다. 내 집 뒤뜰처럼 익숙한 곳이다 보니 사람
news.v.daum.net

지평님 황소자리 출판사 대표
'人文,社會科學 > 敎養·提言.思考'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오래]타인에게 ‘그 사람’으로 기억되는 우리 (0) | 2020.10.12 |
---|---|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75] 계몽 군주 유감 (0) | 2020.10.09 |
[마음 산책] 도움의 기억은 살아있다 (0) | 2020.09.17 |
[살며 사랑하며] 지게 (0) | 2020.09.07 |
당신이 지금 약하고 초라한 진짜 이유 (0) | 2020.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