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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봉관의 인문학 서재] 샤를리와 非샤를리, 그 경계는 문화적 가치관

바람아님 2015. 1. 27. 21:14

(출처-조선일보 2015.01.24 전봉관 KAIST 인문사회학과 교수)

새뮤얼 헌팅턴 '문명의 충돌'


	전봉관 KAIST 인문사회학과 교수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김영사)은 간행된 지 20여 년 지난 
'오래된' 사회과학 서적이다. 외환위기 무렵 이 책의 번역본이 
출간되었을 때 "문명과 문명의 충돌은 세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이 되며, 문명에 바탕을 둔 국제 질서만이 
세계 대전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어 수단"이라는 헌팅턴의 
주장에 동의하는 한국 지식인이 많지는 않았다. 
미래 국제 사회의 갈등을 문명과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반자본주의의 충돌로 예측했던 지식인이 다수였고, 
책 제목만 보고 헌팅턴이 이슬람·중국 등 비(非)서구 문명들을 
'가상의 적'으로 규정했다고 오독한 지식인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비서구 문명에서 살아가는 근대주의자로서 필자는 헌팅턴의 가설과 예측이 틀리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이후 서재 한쪽 귀퉁이에서 먼지가 쌓인 '문명의 충돌'을 다시 꺼내 펼쳐 보았을 때,
헌팅턴이 '작두를 탄 듯' 지난 20여 년간 인류의 역사를 예측했음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국가 패러다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가능성을 강조하는 반면 
문명 패러다임은 그런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분리 가능성을 
점친다" 
"기독교는 주로 개종에 의존하여 교세를 넓히지만 이슬람교는 개종과 출산으로 교세를 
확장한다" 
"북한의 핵개발을 둘러싼 대치 상태에서 기이한 현상은 한반도에서 멀어질수록 
위기감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이민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경우 유럽 국가들은 기독교 공동체와 이슬람 공동체로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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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턴의 문명 충돌론의 기본 전제는 근대 문명을 향유하는 것(근대화)
서구적 가치를 수용하는 것(서구화)은 다르다는 것이다. 
"중동에서도 젊은이들이 청바지를 입고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랩 음악을 
듣는 모습은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지만, 바로 그들이 메카를 향해 기도하고
의기투합하여 미국 항공기를 폭파시키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스타벅스 커피를 즐기고, 아이폰에 열광한다고 미국과 미국 문화에 대한 
동경과 존경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한국 사회에서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는 신성하다는 인류 보편의 가치로 포장된 서구적 가치와 
무함마드는 신성하다는 이슬람 문화의 충돌로 촉발된 사건이 샤를리 에브도 테러다. 
충돌을 피하려면 서로 회피하거나 화해해야 할 것인데, 어느 쪽도 쉽지 않다는 것이 
현재 인류 사회가 처한 현실이다. 
나는 사를리일 수도, 사를리가 아닐 수도 있지만, 
샤를리이면서 샤를리가 아닐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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