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1374

유혹하는 아내[이은화의 미술시간]〈188〉

동아일보 2021-11-11 03:00 서양 미술에는 웃는 초상화가 드물다. 모델이 장시간 웃으며 포즈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데 이 그림 속 여인은 너무도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상기된 볼과 빛나는 눈에선 기쁨과 행복이 묻어난다. 검은 베일을 쓰고 있는데도 미소가 가려지지 않는다. 그녀는 대체 누구기에 이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걸까?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110/110185642/1 유혹하는 아내[이은화의 미술시간]〈188〉 유혹하는 아내[이은화의 미술시간]〈188〉 서양 미술에는 웃는 초상화가 드물다. 모델이 장시간 웃으며 포즈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한데 이 그림 속 여인은 너무도 환하게 미소 짓..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02] 존 하버드의 좌상

조선일보 2021. 11. 09. 03:05 매년 여러 기관에서 세계 대학 순위를 발표한다. 상위권에서는 영미 몇몇 대학이 엎치락뒤치락하지만, 실제 순위와 무관하게 ‘우리 마음속 1위’는 늘 하버드다. 미국 최초 대학이자 미국 대통령, 억만장자,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학교가 아닌가. 하버드는 미국 건국 이전인 1636년, 매사추세츠주의 지도자들이 건립한 신학교에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뉴 칼리지’라고 불렸으나 1638년 영국에서 갓 이민 온 목사 존 하버드가 나이 서른에 사망하면서 장서와 유산을 기부해, 그 뜻을 기리기 위해 ‘하버드 대학’으로 명명했다. 그러니 실제 존 하버드는 하버드 대학에 발을 들여본 적이 없지만, 오늘날 대학 캠퍼스에서 가장 붐비는 곳은 바로 존 하버드의 청동상 앞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 산다는 것[김민의 그림이 있는 하루]

동아일보 2021-10-30 11:00 에드바르 뭉크 ‘아픈 아이’ 지난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처음으로 고발한 고(故) 김학순 여사(1924~1997)의 부고를 24년 만에 게재했다는 기사를 보셨나요? 국제부에서 일하며 매일매일 수많은 국제 뉴스를 접하게 되는데요, 이번 주 제 가슴을 가장 뜨겁게 만들었던 소식은 바로 이 기사였습니다. 김학순 여사의 용감한 첫 증언은 한국 역사뿐 아니라 세계 여성 인권사에서도 기억될 만한 사건일 것입니다. 비록 20여 년이 지났지만 잊지 않고 그녀의 삶을 기록한 NYT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중략) 이렇게 죽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저는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에드바르 뭉크(1863~1944)를 떠올리지..

헤어진 연인의 초상[이은화의 미술시간]〈187〉

동아일보 2021-11-04 03:00 황금빛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인이 목 잘린 남자의 머리채를 잡고 서 있다. 짙은 어둠 속에 감춰진 다른 손에는 칼이 들려 있고, 나이 든 하녀가 뒤에서 그녀를 보고 있다. 한눈에 봐도 그녀는 적장의 목을 베 조국을 구한 이스라엘 영웅 유디트다. 한데 그림 속 유디트는 용감한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 매혹적인 여인의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게다가 살인한 사람의 표정치고는 너무도 담담해 보인다. 화가는 왜 이런 모습으로 그렸을까?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103/110068445/1 헤어진 연인의 초상[이은화의 미술시간]〈187〉 헤어진 연인의 초상[이은화의 미술시간]〈187〉 황금빛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인이 목 잘린..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01] 제국의 고요한 폐허

조선일보 2021. 11. 02. 03:02 금빛 후광을 두른 노인이 바닥에 앉아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성(聖) 요한이다. 등 뒤에 무심히 선 독수리가 바로 그의 상징이다. 그 주위로 무너져 내린 석조 건물 잔해가 나뒹구는 가운데 푸르른 나무가 무성한 걸 보니 한때 융성했던 도시가 멸망하고도 오랜 세월이 흐른 모양이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이곳은 파트모스섬이다. 예수의 12사도 중 하나였던 성 요한은 로마 황제 도미티아누스의 박해를 받아 여기로 추방당했다가 나팔 소리 같은 신의 음성을 듣고 요한계시록을 썼다고 알려져 있다. 요한계시록은 온갖 환상적 상징을 통해 종말과 심판을 예견한 신약성서의 마지막 책이다. 하지만 무시무시한 종말을 상상하기에는 지나치게 평온한 풍광 아닌가 https://news.v...

로댕의 모순된 선택[이은화의 미술시간]〈186〉

동아일보 2021. 10. 28. 03:04 오귀스트 로댕은 58세 때 완성한 오노레 드 발자크 조각상 때문에 정치적 위기에 빠진다. 지금은 ‘가장 위대한 19세기 조각’이라는 평을 듣지만 당시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주문자에게 거절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민감한 정치 스캔들에도 휘말렸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027/109948735/1 로댕의 모순된 선택[이은화의 미술시간]〈186〉 로댕의 모순된 선택[이은화의 미술시간]〈186〉 오귀스트 로댕은 58세 때 완성한 오노레 드 발자크 조각상 때문에 정치적 위기에 빠진다. 지금은 ‘가장 위대한 19세기 조각’이라는 평을 듣지만 당시 엄청난 비난을 받으며 주문자… www.d..

[이영완의 사이언스 카페] 과학이 사랑한 화가 피카소

조선일보 2021. 10. 26. 03:00 英 미술품 복원업체, 다른 그림 뒤 숨겨진 피카소 누드화 찾아내고 인공지능으로 '청색시대' 피카소 작법과 화풍 학습해 미완성작 완성 피카소는 상대성이론 영향받아 입체파 작품 '아비뇽의 여인들' 그려 청색은 세계적인 거장 피카소의 청춘을 대변하는 색이기도 하다. 이른바 청색 시대(1901~1904년)다. 당시 무명 작가이던 피카소는 늘 영양부족으로 실명(失明)하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밑바닥 삶의 외로움과 비참함을 짙푸른 청색으로 표현했다. 후기 입체파의 그림을 보면 난해함에 두려움까지 느끼지만 청색 시대 그림은 젊은 날의 초상을 보는 듯 감정이 느껴진다. 피카소가 숨겨뒀던 젊은 날의 고뇌가 현대 과학의 힘으로 되살아났다. 영국의 미술품 복원 업체인 옥시아 팔루스는..

등 따습고 배부른 삶[이은화의 미술시간]〈185〉

동아일보 2021-10-21 03:00 ‘개 팔자가 상팔자’는 주인 잘 만나 호화롭고 평안하게 사는 개를 부러워할 때 쓰는 말이다. 삶이 고되고 고생스러울 때 넋두리로 내뱉는 말이기도 하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알프레드 드드뢰의 그림에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개가 등장한다. 배불리 먹고 마신 뒤,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꼭 사람 같다. 화가는 왜 개를 사람처럼 묘사한 걸까? 특정인에 대한 풍자일까?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020/109811530/1 등 따습고 배부른 삶[이은화의 미술시간]〈185〉 등 따습고 배부른 삶[이은화의 미술시간]〈185〉 ‘개 팔자가 상팔자’는 주인 잘 만나 호화롭고 평안하게 사는 개를 부러워할 때 쓰는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