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1374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99] 돌아온 당신을 위한 환대

조선일보 2021. 10. 19. 03:06 눈으로 보는 데도 귀로 음악이 들리고 얼굴을 스치는 산뜻한 바람까지 느껴지는 그림이다. 틀림없이 집 안으로 들어왔는데, 다시 밖으로 나온 듯 머리 위에 맑은 하늘이 떠있고 이층 난간에 기대서서 나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다정하게 웃으며 나를 향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연주자들 무리에 자연스레 섞여 있는 개와 앵무새마저 상냥한 이 정도 환대를 받는다면 아무리 바깥일이 험했더라도 순식간에 명랑해질 것 같다. 이는 네덜란드 위트레히트에서 활동했던 화가 헤릿 판 혼소스트(Gerrit van Honthorst·1590~1656)가 자택 천장에 그려뒀던 그림이다. 원래는 난간이 그림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는 더 긴 크기였지만 지금은 일부만 남았다. https://news...

거짓말쟁이의 코[이은화의 미술시간]〈184〉

동아일보 2021-10-14 03:00 피노키오는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발표한 동화 속 주인공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이 나무 인형 때문에 긴 코는 거짓말의 상징이 되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1940년대 중반부터 긴 코를 가진 인물 조각들을 제작했다. 지독한 거짓말쟁이를 표현한 걸까. 동화 속 피노키오보다 훨씬 긴 코를 가졌다.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013/109696170/1 거짓말쟁이의 코[이은화의 미술시간]〈184〉 거짓말쟁이의 코[이은화의 미술시간]〈184〉 피노키오는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가 발표한 동화 속 주인공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이 나무 인형 때문에 긴 코는 거짓말의 상징..

구스타브 카유보트..걸작 그리고도 전시·판매 안 해 '잊힌 화가'[정윤아의 '컬렉터의 마음을 훔친 세기의 작품들']

매경이코노미 2021. 10. 14. 10:36 [정윤아의 '컬렉터의 마음을 훔친 세기의 작품들'] 자고로 신화는 요절한 천재들이 차지하기 쉬운 법. 가난과 굶주림에 맞서 예술혼을 불태우다 간 고흐나 모딜리아니처럼 말이다. 이런 천재들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혁신적인 작품을 창조하고도 신화는 고사하고, 유복함 때문에 당대 미술계에서는 물론 사후 오랜 세월 잊힌 화가가 여기 있다. 급변하는 19세기 파리의 도시상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화폭에 기록한 구스타브 카유보트(Gustave Caillebotte, 1848~1894년)다. https://news.v.daum.net/v/20211014103614304 구스타브 카유보트..걸작 그리고도 전시·판매 안 해 '잊힌 화가'[정윤아의 '컬렉터의 마음을 훔친 세기의..

사후 200년 뒤 알려진 비운의 천재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정윤아의 '컬렉터의 마음을 훔친 세기의 작품들']

매경이코노미 2021. 09. 30. 09:45 [정윤아의 '컬렉터의 마음을 훔친 세기의 작품들'] 당대에 큰 인기를 누리다 후세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예술가는 숱하다. 하지만 그 반대로 생전에는 무명이었다가 먼 훗날 재조명받는 이도 간혹 있다. 오늘날 가장 신비로운 초상화 중 하나로 회자되는 명작을 남기고도 살아생전에 별다른 인정을 받지 못했음은 물론, 사후 200년 가까이 완전히 잊혔던 불운의 화가가 여기 있다. 17세기 네덜란드 바로크 미술의 거장,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 1632~1675년)가 그 주인공이다. https://news.v.daum.net/v/20210930094516430 사후 200년 뒤 알려진 비운의 천재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정윤아의 '컬렉터..

‘머니 무브’의 시대, 예술 작품을 소장한다는 건… 마티스의 ‘화가의 가족’ [김민의 그림이 있는 하루]

동아일보 2021-10-09 11:00 프랑스의 화가 앙리 마티스는 수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대중적 작가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최근 마티스 포스터가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에게 인테리어용으로 사랑 받기 시작하고, 조금씩 대중에게도 친숙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생각해보니 저의 생애 첫 소장품도 마티스의 1953년 테이트 갤러리 전시 포스터였네요. 그런데 마티스 그림의 진수는 선뿐만 아니라 거침없는 색채와 구도에서도 드러난다는 것, 알고 계셨나요?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009/109626664/1 ‘머니 무브’의 시대, 예술 작품을 소장한다는 건… 마티스의 ‘화가의 가족’ [김민의 그림이 있는 하루] ‘머니 무브’의 시대, 예술 작품을 소장한다는 건..

이미지의 힘[이은화의 미술시간]〈183〉

동아일보 2021. 10. 07. 03:03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다. 특히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대중의 관심과 지지로 사는 사람들은 이미지 관리가 더 중요하다. 16세기 영국 왕 헨리 8세도 이미지의 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당대 최고의 화가에게 초상화를 의뢰했다. 17세기에 소실됐는데도, 이 초상화는 가장 유명한 영국 군주의 이미지로 여전히 각인돼 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 https://news.v.daum.net/v/20211007030330803 이미지의 힘[이은화의 미술시간]〈183〉 이미지의 힘[이은화의 미술시간]〈183〉 한스 홀바인 ‘헨리8세의 초상’, 1536∼1537년.이미지가 중요한 시대다. 특히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대중의 관심과 지지로 사는 사람들은 이미지 관리가 더 중요..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97] 10월의 부드러운 햇살 아래

조선일보 2021. 10. 05. 03:03 흰 셔츠에 밀짚모자를 쓴 남자가 마당에 나와 앉았다가 햇살에 눈이 부셨는지 파라솔 그늘에 선 채로 신문을 읽는다. 테이블에 놓인 찻주전자와 사과에 손을 대보면 가을볕에 익어 따뜻할 것 같다. 멀리 산이 바라보이는 이곳은 카로이 페렌치(Karoly Ferenczy·1862~1917)가 살던 집 마당이다. 빈에서 태어난 헝가리인 페렌치는 법학을 공부했지만 미술가 아내를 만나 화가가 됐다. https://news.v.daum.net/v/20211005030309688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97] 10월의 부드러운 햇살 아래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97] 10월의 부드러운 햇살 아래 흰 셔츠에 밀짚모자를 쓴 남자가 마당에 나와 앉았다가 햇살에 눈이 부셨는..

믿음의 징표[이은화의 미술시간]〈182〉

동아일보 2021-09-30 03:00 앙리 마티스가 이 그림을 파리에서 처음 공개했을 때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극소수를 제외하곤 마티스에게 우호적인 평론가들조차도 혹평을 쏟아부었다. 그중 한 평론가는 형편없는 작품이라고 실망하면서도 이 그림을 구매했다. 이유가 뭐였을까? 1900년대 초부터 새로운 기법 실험에 몰두했던 마티스는 1905년 완성작들을 ‘가을살롱’전에 선보였다. 현란한 색으로 범벅된 출품작들은 논쟁을 일으켰고, 그 중심에 이 초상화가 있었다. 그림 속 모델은 마티스의 부인 아멜리에다. 아내는 가장 멋진 외출복 차림으로 남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갑 낀 손에는 화려한 부채를 들었고, 머리에는 공들여 만든 고급 모자를 썼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결과물이었다. https://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