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아트칼럼 1374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91] 종교화의 종말을 예고한 종교화

조선일보 2021. 08. 17. 03:01 1720년 남프랑스 항구도시 마르세유에 흑사병이 상륙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아시아로부터 유럽에 이르는 길목이었던 만큼 마르세유에서 전염병이 시작되면 온 유럽으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바로 지난주 지면에서 소개했던 루벤스 그림 속 흑사병 환자의 수호성인 성(聖) 로크가 수백 년 세월을 거슬러 사람들 눈앞에 다시 나타나 병든 자들을 치유했던 것이다. 늘 흑사병의 위협에 시달리던 시(市)에서는 1780년, 이 놀라운 기적을 되새기고자 자크-루이 다비드(Jacques-Louis David·1748~1825)에게 제단화를 주문해 당시 격리 시설이던 나자로 예배당에 뒀다. https://news.v.daum.net/v/202108170301166..

모든 시작은 어렵다[이은화의 미술시간]〈175〉

동아일보 2021-08-12 03:00 새 신부가 생애 첫 스튜를 만들기 위해 부엌에서 양파를 까고 있다. 테이블 옆에는 손질할 채소가 잔뜩 쌓여 있고 냄비도 그리 크지 않은데, 계속 양파만 깐다. 어찌나 눈이 매운지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다. 가사도우미는 어리둥절해하며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다. 신부는 왜 양파만 다듬고 있는 걸까? 호된 시집살이 중인 걸까? 릴리 마틴 스펜서는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성 화가였다. 영국에서 태어나 8세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간 뒤 독학으로 화가가 됐다. 19세에 첫 개인전을 열었을 땐, 천재가 탄생했다는 극찬까지 들었다. 스펜서는 유명인 초상화도 잘 그렸지만 행복한 가정생활을 그린 장르화에 특히 능했다. https://www.donga.com/news/a..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90] 루벤스의 성 로크

조선일보 2021. 08. 10. 03:02 장엄하고 화려한 바로크 미술의 거장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1577~1640)가 화가이자 외교관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즈음 당시 플랑드르 지역 알스트의 성(聖) 로크 형제회에서 주문받은 제단화다. 14세기 초 프랑스 몽펠리에 총독의 아들로 태어난 성 로크는 신분을 숨기고 로마로 순례를 떠나 몸을 아끼지 않고 병든 자들을 보살피며 치유의 기적을 일으키다 마침내 자신도 병을 얻었다. 도시에서 쫓겨나 홀로 병마와 싸우던 성 로크 주위로 맑은 샘물이 솟아나고 개 한 마리가 나타나 매일 빵을 물어다 먹이며 상처를 핥아줬다고 한다. https://news.v.daum.net/v/20210810030244484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90..

쓰레기로 만든 예술[이은화의 미술시간]〈174〉

동아일보 2021-08-05 03:00 성인 한 사람이 하루에 만들어내는 쓰레기양은 얼마나 될까? 그걸 버리지 않고 6개월 정도 모은다면?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실험한 예술가 듀오가 있다. 바로 영국 현대미술가 팀 노블과 수 웹스터. 이들은 직업 정신을 살려 자신들이 버린 쓰레기를 모아 멋진 예술작품까지 만들어냈다. 그것도 자신들의 자화상을.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0804/108377080/1 쓰레기로 만든 예술[이은화의 미술시간]〈174〉 쓰레기로 만든 예술[이은화의 미술시간]〈174〉 성인 한 사람이 하루에 만들어내는 쓰레기양은 얼마나 될까? 그걸 버리지 않고 6개월 정도 모은다면? 이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직접 실험한 예술가 듀오가..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389] 승리를 위해, 모든 힘을 다해

조선일보 2021.08.03 03:00 기원전 566년, 고대 그리스 아테네에서는 아테나 여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개최하던 파나테나이아 제전에 운동경기를 추가한 대(大)파나테나이아를 4년에 한 번 개최하기로 했다. 달리기, 원반 던지기, 전차 경주 등 다양한 경기 우승자에게는 고급 올리브 오일을 가득 채운 암포라를 수여했다. 암포라란 둥근 몸통에 두 손잡이가 달린 목이 긴 물병으로 일상에서 흔히 쓰던 그릇이라 남아 있는 유물 크기와 문양이 대단히 다양하지만, 이 ‘파나테나이아 부상(副賞) 암포라’는 대체로 정해진 규격에 따라 제작됐다. 40리터들이 크기에 전면에는 방패를 든 아테나 여신이, 뒷면에는 해당 종목 경기 모습이 그려져 있는 것이다. https://news.v.daum.net/v/20210803..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에드워드 호퍼[움직이는 미술]

동아일보 2021. 07. 30. 03:03 슬픔에 유효기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숨이 막힐 것 같은 고통이 사라지리라 믿었다. 지금은 아니다. 이제 어떤 기억은 잠시 잊힌 듯해도 기어이 되살아난다는 걸 안다. 그 흔적을 삶 바깥으로 영영 밀어낼 수 없으리란 걸 힘들지만 받아들이게 됐다. https://news.v.daum.net/v/20210730030321871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에드워드 호퍼[움직이는 미술] '맨체스터 바이 더 씨'와 에드워드 호퍼[움직이는 미술] 에드워드 호퍼의 1947년 작 ‘펜실베이니아 탄광촌’.송화선 신동아 기자슬픔에 유효기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숨이 막힐 것 같은 고통이 사라지리라 ..

포르노 배우 '비너스 탄생' 패러디..루브르 박물관은 고소

중앙일보 2021. 07. 22. 12:32 고전 예술 작품 '에로틱 패러디'에 "권리 침해" 뿔난 유명 박물관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유명 박물관들이 유명 포르노 사이트를 고소했다. ‘에로틱 패러디’를 빙자해 해당 작품을 소장한 박물관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21일(현지시간) 옵저버, 더 타임스 등에 따르면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 등은 미국 최대 성인물 사이트 '폰허브(Pornhub)'를 상대로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들을 당장 내리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폰허브가 얼마 전부터 새롭게 선보인 플랫폼을 문제 삼고 있다. '클래식 누드(Classic Nudes)'란 이름의 이 플랫폼은 고전 예술 작품들을 '에로틱하게' 재연한 게시물들을 올린다. 포르노 배우들이 나..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보여준 영리한 화가- 에디 마르티네즈

매경이코노미 2021. 07. 29. 11:03 [정윤아의 '컬렉터의 마음을 훔친 세기의 작품들'] 에디 마르티네즈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미술사에 이름을 남긴 거장들 가운데 모방에서 출발하지 않은 예술가는 단 한 명도 없으리라. 요즘 미술 시장 대세로 떠오른 이 미국 화가의 역동적인 회화는 그가 이런 창조의 원칙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는 영리한 화가라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다. 미국 브루클린에서 작업하는 에디 마르티네즈(Eddie Martinez, 1977년생)가 그 주인공이다. https://news.mk.co.kr/v2/economy/view.php?year=2021&no=731970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보여준 영리한 화가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보여준 영리한 화가 [정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