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독자 칼럼] 을미義兵 120주년, 역사 잊어가는 현실 안타까워

바람아님 2015. 4. 17. 07:57

(출처-조선일보 2015.04.17 장성구 경희대학교 교수·화서학회 부회장)


	장성구 경희대학교 교수·화서학회 부회장 사진

금년은 서기 2015년이고, 꼭 맞아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간지로 말하면 을미년이다. 

올해는 역사적으로 기억해야 할 의미 있는 해이다. 

첫째는 광복 70주년이 되는 해이고, 둘째는 을미의병 창의 120주년이 되는 해다.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패륜적 망동에 의하여 명성황후가 시해되고, 이를 계기로 전국의 유림들이 들고 

일어나 항일 의병을 전개한 것이 을미의병이다. 을미의병(1895년)은 임진왜란(1592년) 때 왜적의 침략에 

대항하여 우리 선조가 의병을 일으킨 이후 300여년 만에 창의한 의병이다. 

유림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항일 의병 활동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학문적으로 화서(華西) 이항로(李恒老) 

선생을 따르는 화서학파 유림이 중심이 되어 항일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불의에 저항할 수 있는 민족은 우수한 문화 민족이다. 

지구상에 아주 많은 종족이 있지만 자아의식을 통하여 불의에 항거할 수 있는 종족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는 그만큼 우월하고 자랑스러운 선조와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의 현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정치 사회적 문제로 어제와 내일을 생각할 겨를 없는 

척박함 속에 하루하루를 허덕이며 살아가고 있다.

학교 교육에서 자랑스러운 역사는 쫓겨나다시피 배제되었고, 

국민은 TV 사극이나 영화의 내용을 정사(正史)로 이해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으며, 

어쩌다 대중 매체에서 다루는 역사는 희화적으로 흘러가고, 젊은 사람들은 역사를 키득거림의 대상으로 만든 것이 현실이다. 

그 많은 언론 매체에서 과거를 비춰 오늘을 되새겨 내일을 설계할 수 있는 내용이 다뤄지는 일이 거의 없는 것은 

참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발전적 내용은 진부한 것으로 평가받는 현실이 슬프다.

흔히 우리의 이웃이라고 말하는 중국이나 일본에 대하여 우리는 역사 속에서 떳떳해야 한다. 

그래야 현실적 대응에 위축됨이 없는 것이다. 

이것은 제대로 된 역사 교육과 사회적 관심이 결여된 사회에서는 성취될 수 없는 일이다. 

어른이고 아이고 70~80% 국민이 3·1운동이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고, 

6·25의 참화가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모르는 우리의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일까? 

'역사를 잊은 민족은 미래가 없다.' 이 명구의 뜻을 되새겨 보자. 

120년 전 을미년에 이름 모를 계곡과 들판에서 쓰러져 간 선각자들의 혼령이 고혼(孤魂)이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관심이라도 가졌으면 좋겠다.